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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짬뽕 Aug 09. 2023

고급진 첫인상은 3가지로 결정된다





전,
사람이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볼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보거든요

                    



출처 - 얼루어코리아



 며칠 전, 유튜브를 통해 청룡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수지를 보곤 홀린듯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를 시청했다. 요 몇년간 유튜브 플랫폼에 절여질때로 절여진 채라 드라마같이 연속되는 내러티브를 길게 소비하는 것엔 자신이 없었으나 수지 미모와 정은채 연기력 덕분에 멱살잡듯(?) 끌려갔다.


 물론 수지와 정은채를 제외하더라도 한국판 리플리 증후군이자 기생충 드라마판 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매화마다 직설적인 대사가 쏟아져 나왔고, 연출 또한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져 6부작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출처 - 얼루어코리아



 6부작 안에는 '열심히 살면 그만큼 보답받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게으르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고' ,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등 뇌리에 박히는 대사가 여럿 나왔지만 그 중 단연 곱씹게 되는 대사는 '전, 사람이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볼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보거든요' 라는 대사였다. 


  이 대사는 극 중 유미(수지)가 가짜 부모를 앞세워 상견례를 마친 뒤 부모 역할을 연기해 준 사람들에게 결혼식 당일에는 상견례인 오늘보다 더 고급지고, 우아하고, 완벽하게 연출해 올 것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왜 머릿결과 구두일까?



  6개의 클립을 모두 본 뒤 내 머릿속에는 결말의 여운보다 의문이 맴돌았다. 그리곤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날때 가장 먼저 무엇을 보는가?'. 그리고 나서 대답해보니 그것은 반박할 여지도 없이 외관이었다.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짧더라도 대화 몇마디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 말의 속도, 억양, 에너지 등에 따라 처음 결정된 인상은 끊임없이 조정된다. 심지어는 그 사람과 관계가 더 깊어지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신념,철학,가치관 등에 스며들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인상을 가지게 되기도한다.


 하지만 그 모든 단계에 선행하는 것이 '시각'이고 시각을 통해 내 머릿속 입력되는 그 사람의 '외관'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라고 인사를 주고 받는 그 찰나의 순간 조차 우리는 눈을 통해 그 사람의 외적인 정보를 인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왜 많고 많은 외적인 부분에서 옷도 아니고, 가방도 아니고, 악세사리도 아니고, 머릿결과 구두일까? 






출처 - stone inspiration



그것은 아마 잘 관리된 (well-managed) 머릿결과 구두가 그 사람이 사소한 것에도 마음과,돈을 쓸 정서적/재정적 여유가 있는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해를 위해 극단적으로 설명해보겠다. A는 자신의 현금흐름 모두를 노동에 의지하며 하루하루 밥벌어 먹고 살기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반면 B는 자신의 현금흐름 모두를 노동이 아닌 자산을 통해 얻는다. A와 비교했을 때, 하루 중 자신의 몸과 정신을 투입할 양이 현저히 적은 B는 남은 에너지를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자신을 둘러싼 소중한 것들에 쏟는다. 


 5시간 자고 일어나 다시 일을 하러가야하는 A와 하루 중 2-3시간만 일을 하면 되는 B 중 옷을 더 정갈하게 입고 다닐 사람은 누구이며, 깔끔하게 관리된 손발톱을 가지고 있을 사람은 누구이며, 흠결없는 피부 상태를 가질 사람은 누구일까? 100% 확신할 수 없지만 B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머릿결과 구두도 마찬가지다. 옷이나 메이크업처럼 첫인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들에도 신경을 쓰는 사람은 그만큼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간접적 신호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결국 사람의
여유, 우아함, 고급짐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육체적 노동이 불편해보이는 상태다 




출처 - South China Morning Post



   중세 시대 귀족 가문이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치렁치렁한 장신구를 달고, 배부르게 음식을 먹고, 불편하게 긴 손톱을 유지하듯 '나는 몸을 써서 노동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의 상태가 어느정도의 부유함과 고급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윤기나는 긴머리와, 네일 아트, 높은 구두, 뭐 하나 묻으면 안될 것 같은 고급소재의 옷을 정돈되게 입은 사람에게도 소위 말하는 '싼티'가 날 수 있지만 그것은 그것을 걸친 사람의 행동거지나 말투, 품행 같은 것에서 드러나는 것이지 순수하게 외관 그 자체로 싼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요약하자면 결국 '노동이 불편해 보이는 상태' , '함부로 무언가 요구하거나 시킬 수 없는 상태'를 만들고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고 관리하는 사람만이 첫 인상에서 우아함과 고급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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