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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03. 2023

<싯다르타> 흘러가는 강물처럼


헤르만 헤세의 대표 작품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를 꼽을 수 있는데 '수레바퀴 아래서'가 방황했던 모습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라면 '데미안'은 성숙해진 모습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고 '싯다르타'는 지혜와 경험으로 통달한 모습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그중에 '싯다르타'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급한 내 성격 때문인듯하다. 결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헤세가 찾은 답이고 내가 찾아야 할 답은 아직 남아있지만 (그게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가 찾은 삶의 의미와 인생의 진리는 무엇인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의 아들인 싯다르타는 그에게 주어진 안락과 명예를 누리며 산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내면을 가지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의 가슴은 지혜와 새로운 경험을 얻고자 하는 열망으로 불타오른다. 참선을 택하기로 하는 그는 어린 시절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나 방랑하는 고행자 무리인 사마나들을 따라나선다. 결국 그는 진정 본인 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힌두교와 불교의 교리에 바탕을 둔 '싯다르타'는 정형화된 종교의 교의와 그 밖의 모든 신념, 영혼의 내적 고취 사이의 갈등을 노련하게 탐구한다.


강으로부터 그는 쉴 새 없이 배웠다. 그는 강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법 그러니까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격정도 소원도 판단도 견해도 없이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
-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헤세는 순간순간의 현실을 새롭고, 살아있고, 언제나 바뀌는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헤세는 강의 강력한 상징을 통해 이러한 약동과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 소설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그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문장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마치 싯다르타가 말년을 보낸 강의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랑이라는 것 말일세 고빈다. 그 사랑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흘러가는 강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어떤 상황에도 유연한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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