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그 모든 것들을 겪어야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깨지고 부서지면서 다듬어진 걸까 아니면 그저 한 조각의 파편이 된 걸까 생각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한 조각의 파편이 된 게 맞다.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다 그저 나에게 찾아온 불행인 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경에 매여 사느라 나이 또래에 비해 더 많은 고생을 했고 시도 때도 없이 상처를 받았고 결국 그게 나를 아프게 했지만 그게 나라는 사람을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또한 맞다. 나는 생활력이 강하고 아무것도 없이 살아남는 법도 알고 있다. 그래서 무서운 게 별로 없다. 혼자서 다 극복해 봤고 그래서 그 무엇도 잘 극복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두터운 믿음이 있다. 아프기 전부터 내가 겪어온 모든 것, 내가 이겨냈던 모든 것, 또 그 길에서 지기도 했던 것. 나는 그냥 아팠던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아팠지만 이기는 법도, 지는 법도 아는 단단한 사람이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결국 이 모든 게 내 것이 된 것이다.
아름답게 만개하는 꽃은 못되더라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누군가 보기에 하찮은 홀씨더라도 행복한 홀씨가 되어 위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앞으로 나아가거나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는 건 뭘 대단한 걸 해내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하루를 즐겁게 살고 나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베풀며 살고 싶다. 그게 내가 믿는 상승 곡선상에 있는 삶이다. 그렇게 이길 것이다.
아슬아슬히 나는 홀씨 하나 또 다른
길을 향해서 fly high to bloom
- <홀씨> 아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