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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16. 2024

많은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내가 아팠던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내가 아팠던 걸 모를 수밖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에 나도 익숙해지고 있다.


잘 해오고 있기도 하고 컨디션도 올라와 보이기도 하다 보면 부서에서 여러 가지 임무가 더 생기곤 하는데 전에는 사실은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인 지 잘 모르겠다며 그 자체를 의심했다면 이제 나는 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1진을 달고 일한 지도 6개월이 되었고 얼마 전에는 데스크 선배가 많이 좋아진 거 같은데 해외출장도 문제없겠냐고 물으셨다. 사실 그동안 해외출장을 못 가겠다고 했었다. 공황 때문에 긴 비행시간을 견디기 힘들었고 그 이후 일정을 소화해 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문제없이 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 못 가겠다고 했다가 가고 싶다고 했다가 다 내 마음대로 하려는 거처럼 느껴지실까 봐 말씀을 못 드렸다. 선배가 먼저 물어봐 주셔서 감사했고 나는 사실 너무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문제없을 거라고.


사실 아프면서 일을 그만둬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했다. 일상생활도 하지 못하면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지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지켜봐 주시고 이해와 배려로 안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작은 질책도 너무 크게 느껴졌을 그때에는 몰랐지만 다들 나를 누구보다 걱정하고 생각해 주신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더 잘 해서 부서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부서원들과 똑같이 쓰임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건강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많이 웃고 울 때도 있겠지만 잠깐 울고 털어내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용감하고, 강하고, 똑똑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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