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때에 저는요. 누군가 저를 미워하면, 그게 심지어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그 형태가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이었어도, 저는 그 이유를 제 안에서 찾으려 했고 잘못이 제 안에 있지 않고 어쩌면 상대한테, 아니면 그저 우리가 처해진 상황에 있다는 걸 알고 나서도 용서를 빌려 했으며 용서받지 못했을 때 오는 실망감과 좌절감에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자해를 하고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성공하지 못해 괴로워했습니다.
자책이라는 건 무섭습니다. 멈추려 해도 어느 순간 멈춰지지 않습니다. 거기서 오는 모든 불안과 우울, 증상은 셀 수 없이 다양하지만 그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 또한 나 자신뿐입니다. 당신이 용서해야 했던 사람은 아마 자기 자신일 거예요. 저는 제 자신을 용서하는 데 오래 걸렸고 또 제 자신을 용서하며 얻어낸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작년 우리는 10만 명당 27.3명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라는 건 너무 많이 들어 다들 알고 계시죠? 27.3명이라… 정말 많네요.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당신에게 안 좋은 마음들이 든다면 당신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처한 현실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당신은 잘 하고 있고, 또 잘 해낼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 또한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살아보니 지나가더라고요. 어둡고 캄캄한 터널이 좀 길어도, 꾸역꾸역 살았는데 지나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반드시 끝은 있습니다. 당신에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따뜻한 한마디가 닿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의 마음이 녹아내리길 기도합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저는 산책을 나갔다 오면 기분 전환이 좀 되더라고요. 아니면 샤워를 하면요. 근데 알아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있다는 거. 그럴 때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호흡을 천천히, 또 깊게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끼니 거르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꼭 챙겨드세요.
아픈 게 제일 서럽잖아요. 아프지 마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