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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Dec 20. 2022

사수와 화해 했다 1.0

직장생활 갈등, 믿음을 가지고 부딪쳐보기

"잠깐 얘기 좀 할까?"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후..드디어 끝났네.."라고 얘기 하자마자 뒤에 서있던 사수가 이번 프로젝트를 되짚어 보자는 말투로 의자를 내쪽으로 끌어오며 긴 대화의 물꼬를 텄다.


여러 부서에 지원을 요청 드려야 하는 일이 많았던 프로젝트인만큼 사수에게 많은 도움을 요청하고 큰 프로젝트인만큼 여러 디테일한 사항에 대해서도 컨펌을 받아야 했다.


나는 모르는게 많으니 질문이 많고, 혹여 실수를 하게 될까 우려되어 또 질문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질문을 머뭇거리게 된 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보여준 짜증섞인 그의 태도였다.


오래 곪아온 분노를 참고 있다는 듯이 "후..."긴 한숨을 내뱉거나,

"이렇게,,,저렇게,,,하라고 예전에 얘기했었잖아(이 악물며)"라며 짜증섞인 말투로 얘기하기도 했다.

(그때도 하도 짜증을 내시기에 제대로 꼼꼼하게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피드백의 시간은 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찼다.


"나는 XX씨는 고집이 센게 단점이라고 생각해."등등...


여러가지로 나의 단점들을 나열했다.그리고 마치 이 모든 문제들과 그간의 갈등들이 모두 내 탓이라는 듯이 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놧다.


하지만 이내 나에게 잔뜩 짜증내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이 미안했던지 잠깐 더 얘기를 나눠보자는 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떤 사항이 확실하지 않을 땐, 나에게 사전에 질문하고 진행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모든 일을 다 나한테 물어봐서 하려고 하지 말고, 직접 찾아보고 알아보고 나한테 물어봤으면 좋겠어"

출처 :Pinterest

네,,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두 요구사항은 어딘가 모르게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했다.


질문하지 않고 내가 이해한대로 업무를 하면, 왜 질문하지 않았나 물을 것이고,

질문을 하나하나 꼼꼼히 하면 왜 다 물어보냐고 할 것이 뻔했다.


산업 특성상 단순 Desk Research로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다소 많은 업계이다보니 

일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사수의 존재는 중요하다.

지금 그와의 관계가 어긋나는 것은 내가 일을 잘 배워낼 수 있는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주기도 했기에 

나는 내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물론 나를 위한 조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로서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그냥 이렇게 넘어가기엔 답답함과 억울함이 잘못 분출될 까 용기내어 한발 다가가 풀어보기로 했다.


"근데.. 저는 사수님께 질문을 잘 못하겠어요.."


그래, 내뱉어 버린 이상 끝까지 얘기해야 해!

“가끔 사수님께서 제가 질문을 하면 조금 민감하게 반응 하실때가 있으십...니..다...아 물론! 사수님도 바쁘셨으니 너무너무 그럴 수!있다고 생각합니다!근데 그럴때마다 제가..조금 위축돼서 꼭 필요할 때 질문을 못..했던 것 같아요.."


쭈뼛거리기도 하고 발랄한 척 하기도 하면서 나에게는 별일 아니지만 얘기해본다는 듯이....

최선을 다해 괜찮은 척하며 얘기했으나, 입꼬리는 아래로 삐쭉거리며 곧 눈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가서 얘기하자.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는 나를 발견하셨는지, 자존심 센 나를 배려해주시려는 건지,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셨다.


나는 주섬주섬 짐을 싸며 절대 울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이 악물었다.


줄곧 괜찮은 척,상처받지 않은 척 했었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내가 지금 울어버리면 사수가 다시는 나에게 따끔하게 혼낼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궁극적으로 그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고 서먹서먹해질 것 같다는 두려움...

여러 감정이 그간의 슬픔과 억울함을 앞질러 다행히 눈물이 조금씩 말라갔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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