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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Mar 13. 2022

싸가지가 없네

어린 사람에게 논리로 얻어맞으면 어른들이 하는 말

  평소에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분 계신가요? 저는 좀 많이 듣는 편입니다. 어떤 때 많이 듣는 지 생각해보면 '이 말은 좀 해야겠다' 싶을 때 정말로 그 말을 하고 있으면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아요. 요즘은 싸가지 없다는 말 들을 걸 알면서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꺼낸 이유는 오늘 김알파카님 영상을 보다가 싸가지에 관한 주제가 있어서 봤는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저도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좀 듣는 편인가요? 저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좀 자주 들어요. 그리고 저는 그 말을 듣는 상황이나 타이밍을 알면서도 하는 편이에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야기 해야할 상황이 여러번 옵니다. 그럴 때마다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큰일나니까 말 안하고 가만히 있을건가요? 


  김알파카님 영상에서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를 두가지로 나열했어요.


  첫번째는 정말로 예의가 없는 경우를 얘기합니다. 최근 겪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제가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식집이 있어요. 파트타임 직원을 새로 뽑았는데 이 친구가 정말 일이 더디고 생각이 좀 짧은 친구였어요. 사실 일이 더딘 건 어느정도 이해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어려울수도 있죠. 근데 알아보니 애슐리에서 이미 1년을 일했다고 하네요. 그럼 더디기도 힘든데... 애슐리에서는 어떻게 버텼나 싶네요.


  문제는 말대꾸가 많았어요. 제가 꼰대같이 말대꾸라는 말은 안하고 싶은데 이건 말대꾸가 맞습니다. 오픈 준비를 A부터 Z까지 전부 알려주고 다음주에 혼자서 해보라고 있지만 A정도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다 했냐고 물어보니 다 했다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길래 "그럼 나 여기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이대로 서비스 진행한다. 괜찮겠어?"라고 하니 그때야 죄송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제가 이정도까지 했는데 많이 부족한 것 같으니 한 번 다시 알려주세요.' 라고 했으면 살짝 질책은 하더라도 다시 알려줬을 거에요. 하지만 저한테 질책을 받은 것으로 반항 비슷한 뉘앙스로 반박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가장 어이가 없던 상황은 이 친구가 버스시간이 애매해서 1시간 더 일찍 출근하고 싶다며 협의를 했다고 합니다. 허락은 받았지만 아침에 1시간 일찍나오는 것 치고는 아침에 아무 준비도 안되어 있었습니다. 아무 효율이 없어서 제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부장님께 말씀드렸죠. 부장님도 동의하고 원래 시간대로 나오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또 반항심에 '저 버스 시간때문에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라고 했어요. 저는 옆에서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부장님도 듣고 화가 나서 "그건 니 사정이지 매장 사정이냐? 그리고 니 사정에 맞춰서 협의 해줬으면 그만큼 아침에 효율이라도 만들어 줘야 내가 그 협의를 유지할 것 아니냐?"라고 하니 뚱해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날 급여를 왜 데일리로 주지 않냐고 부장님께 또 따졌습니다. 첫날 출근 당시 분명 16일과 말일 이렇게 두번 나눠서 준다고 얘기했고 본인도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다시 하니 "전 들은 적 없는데요?" "그래서 오늘 돈 못주신다는거죠?" 라며 따지는데 정말 주둥아리를 한대 치고 싶었습니다. 매장 사람들 전부 쉬고 있는데 부장님하고 그렇게 옆에서 한바탕 하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결국 급여가 들어오자마자 고정 알바였는데 말도 없이 출근을 안했습니다. 또 알고보니 여기서는 제 욕, 저기서는 얘 욕을 하면서 뒷담 까는걸로 하루를 다 보내고 있었더라구요. 그럴 열성으로 일을 했으면 정말 잘했을텐데...


  이런 경우에는 싸가지가 없다, 싹수가 노랗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서술하고 싶은 주요한 내용은 두번째, 실제로 행동엔 문제가 없는데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저 어린 놈의 논리가 나의 뼈를 뚜까 때렸지만 논리로 반박을 할 수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경우 입니다. 조금 애매할 순 있습니다. 그 어른이 논리는 있는데 말빨이 약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랫사람을 내가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힘과 권력으로 누르기 위해 하는 말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많아서 정말 여러개를 나열할 수 있지만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때는 2019년 가을, 어느 반찬가게로 직장을 옮긴 후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였습니다. 저는 그 반찬가게 관리자급으로 입사를 했고, 그 반찬가게는 저와 면접을 본 후 입사준비기간동안 갑자기 찌개를 배달로 파는 집으로 바꿨더라구요. 뭐 어쨋든 다니기로 했으니 그대로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이 전 반찬가게 레시피로 찌개를 끓이는 집으로 바꿨으니 그 것에 맞춰서 매뉴얼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수정 권한은 저에게 있었습니다. 직접 주방 안에서 조리를 하는 건 저였기 때문이죠.


  반찬가게에서 찌개 재료를 준비할 때는 모양 좋게 담아야 하기 때문에 양파 반개와 애호박 반개, 표고버섯 두 개를 잘 썰어서 담아야 하지만 끓여서 나가는 형태로 바뀌었으니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저는 그 야채를 믹스해서 같은 g으로 나눠 프렙을 했습니다.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프렙 : 프레퍼레이션 Preparation의 줄임말로 '준비'라는 뜻, 외식업에서는 라인에서 바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는 작업을 프렙이라 합니다.


  매장 상황 상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 생각해서 바꿨지만, 대표는 그 프렙을 보더니 저와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채소를 그 전처럼 같은 방식으로 프렙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이 전과 업장의 메뉴 형태가 달라졌으니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꾼건데 어떤 이유때문에 그러시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표는 그 레시피들은 내가 6년 7년동안 고수해 온 레시피인데 마음대로 변경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레시피를 변경한 게 아니라 그 레시피를 라인에 맞춰 가장 빠르고 일정하게 나올 수 있게 프렙한 것 뿐이며 대표님의 레시피를 바꾼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6년 넘게 고수한 레시피를 내가 변경한 것이라 대표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처럼 양파 반개, 애호박 반개, 표고버섯 두개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건 누가봐도 군기잡기 혹은 그저 아무 근거 없이 내가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니 앞뒤 따져볼 필요 없이 내 말에 따르라는 꼰대인게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죄송하지만 대표님, 그러면 그 6년동안 양파의 크기와 무게가 같았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루기는 참지 않지.


  그러자 그때부터 이제 으른들의 스킬이 나옵니다. 저보고 나이가 어린데 예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예의는 나이로 판단 되는 게 아니라 인간 대 인간 사이에서 지켜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 저보다 4살인가 많았거든요. 무슨 예의 타령이야. 저는 저랑 4살 터울에 저런 꼰대는 살다살다 처음 봤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ENTP답게 말싸움 종결자라서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말싸움 스킬 중 저렇게 말을 돌리면 대답이 나올때까지 '한 질문만 두시간 세시간 물어보기'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6년 동안 양파의 크기가 다 같았냐는 질문만 했습니다. 이 스킬을 사용하는 이유는 논점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제가 그 외에 다른 감정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이 스킬을 씁니다.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버릇이 없다, 주장이 세면 좋지 않다,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등...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네 제가 버릇이 없어 보일 순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래서 대표님께서 여태까지 썰었던 양파의 크기와 무게가 같았나요?"

  "네 제가 주장이 센것과 상관없이 그래서 대표님께서 지금까지 썰었던 양파의 크기와 무게가 같았나요?"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곧 마감시간인데 밑에서 다른 직원 혼자 마감을 해야할 것 같아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대표님, 지금 마감을 혼자 하고 있으니 아까 제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에 듣겠습니다. 현재 관리자 위치로 들어와서 운영권을 어느정도 주셨는데 이 정도의 결정권도 없이 운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표님께서 양파 반개를 고집하시는 이유도 합당하지 않으니 합당한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대표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어른이 말을 아직 끝내지도 않았는데 일어나냐면서 정말 꼰대의 절정을 보여줬습니다. 아니 매장상황은 생각도 안하고 정말 일말의 별 쓰잘데기 없는 양파 문제로 저렇게까지 물고 늘어질 일인지... 그래도 전 아래 마감하는 직원과 같이 일하기 위해서 내려갔습니다.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었습니다.


  마감이 끝나고 저에게 통장사본 이야기를 꺼내면서 또 뒤에 저런 말을 붙였습니다. 카톡 자료가 다행히 남아있었네요. 그때도 관종력은 남아있어서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네요.


(저 잘랐다는 잘났다는 말의 오타입니다. 그리고 보다보니 또 빡.. 아니 화나네... 그니까 안틀리고 라면서 지적하지 말고 내가 왜 틀렸는지를 말하나니까)


  대면으로 이야기했을때와 같은 상황의 카톡내용입니다. 한쪽은 논쟁에 대한 논점을 이야기 하고자 하지만 한쪽은 그 상대의 태도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싶어합니다. 물어보고 싶은게 주장에 세면 왜 안좋은데요? 옳다고 생각하면 주장에 세야 하지 않아요? 태도에 대해서만 꼬집고 싶은 사람은 대게 내 논리로는 널 상대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작은 팁이지만 논쟁을 할 때 상대 태도에 관해서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논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세요. 논점 외로 언쟁이 흘러가면 어떤 것 땜에 이 언쟁이 시작되었는지 그래서 결론은 뭔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납니다. 반면 중요한 논점 한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물고 늘어지면 상대가 졌다는 걸 애써 본인 스스로 말할거에요. 논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게 언쟁이며 토론입니다. 논점에 대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을 보면서 고집이 세다는 사람이 이상한거에요.


  다시 넘어와서, 저 사람은 존댓말을 유지하면서 자기 이미지 지키면서 이야기 하려 하지만 맥락은 같습니다. 태도를 고치라는 말은 싸가지 없다는 말의 순화된 버전입니다. 욕설을 들었던 이야기는 너무 험해질 것 같아서 이 에피소드를 들고 왔습니다. 제가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상황은 저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 혹은 저렇게 태도에 관한 말을 들었다면 먼저 생각해보세요. 내가 정말 태도가 나빴는지, 누굴 비꼬진 않았는지, 논점 외로 다른 말을 했는지, 상대를 비난했는지, 욕설과 그와 비슷한 폭언을 했는지. 그게 아니라면 그저 상대가 어른으로써 논리로 눈탱이를 뚜까 맞은 경우입니다.


  뒷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저는 결국 다다음날 퇴사 했습니다. 대표님 아래 이사님께 카톡 내용을 캡쳐해서 보내드리고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 드렸습니다. 이사님도 똑같이 채소프렙에 관해 고집부린 것부터 버릇이 있네 없네 하는 말을 대표라는 사람이 저에게 했다는 것에 어이가 없다며 공감해주셨고 제가 나가는 것에 대해 동의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사님도 그 마감을 혼자하던 직원도 제가 그만둔 다음날 다같이 그만두면서 그 회사에는 대표 혼자 남았답니다.


  어디가서 상대보고 싸가지가 없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대부분 사람들 인식에서는 싸가지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저런 사람일 것이라 인식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정말 싸가지가 없었다고 한들 싸가지 없다는 말보다 본질을 이야기 하세요. 본질과 논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싸가지 없다는 말로 공격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는 더 나은 언쟁입니다. 


  언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주제와 논점에 벗어난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나쁜 겁니다. 태도에 대한 얘기를 왜 해, 그 논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면 되지. 태도 지적 말고는 이길 게 없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거에요. 그리고 태도에 관해 이야기 하면 보통은 상대가 발끈하면서 같이 개싸움 하기 때문에 말싸움 도중 본능적으로 저런 말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꼰대가 되지 마세요. 예의와 싸가지는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세요. 정말로 싸가지가 없는 건 당신입니다.


  그래서 전 여전히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말을 길게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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