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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Apr 02. 2024

교사, 안 하면 뭘 해 먹고살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 다른 좋은 일도 얼마나 많은데.”


 학창 시절 은사님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나를 극구 만류했다. 교사가 될 만큼의 노력이면 다른 좋은 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학생들에게 열정적인 모습이었던 분이었음에도 교직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막연한 짐작만 해 볼 뿐이었다.


이젠 당시의 은사님과 같은 나이의 교사가 되었다. 나 역시 ‘교사를 안 하면 뭘 해 먹고살까?’라며 이곳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약대 입시를 준비해 볼까? 혹은 요즘 청소사업이 좋다던데.' 하며 이직을 구상해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현장에 있다 보면 저절로 나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악성민원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왕왕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간 떠안을 시한폭탄을 올해는 피했다는 안도감으로 일 년, 일 년을 버티는 것이다. 어디 교직을 떠나는 상상을 하는 이유가 이것뿐이랴, 일 년의 레이스를 하는 동안 아이들과 분주히 씨름하고 나면 ‘과연 50대, 60대에도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해 준 유튜버가 있었다. 바로 ‘조민’씨다. 그녀는 여행 브이로그를 찍거나 좋은 아이템을 소개하는 등 그동안 의사이기에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도전하며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수사과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평생을 노력해 얻은 의사 면허가 취소되었으니 모든 게 다 끝나지 않았을까?‘라며 섣부른 판단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를 보며 다짐했다.


‘눈앞에 있는 산을 오르자.’


  오늘도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집을 나선다. 어쩌면 힘겨운 산행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교실은 5층, 엘리베이터를 탈까 고민한다. 한 아이가 '선생님 왜 엘리베이터타요?' 하는 표정을 짓는다. 마지못해 아이와 함께 계단을 오른다.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에게 최고의 탠션으로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6교시라는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지도 않은지 아이들은 쉼 없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느새 이마엔 땀이 흐르고 배는 허기지다. 다행히 산 중턱에는 맛있는 급식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린다. 너무 오래 쉴 순 없다. 아이들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집에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내일의 산행을 기약한다.


 그동안의 산행을 돌이켜 보니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기도 했고 무대를 기획하는 연출가이기도 했다.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될 때도 있었으며 축구천재 메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적어내는 작가가 되고 있다. 아마도 ‘교사, 안 하면 뭘 해 먹고살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몸에 밴 습관처럼 그들의 무언가가 되어주기 위해 학교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단단한 하루하루가 모여 당당하게 교직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미련도, 후회도, 두려운 마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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