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식이타임 Apr 04. 2024

쌤, 진짜 영혼 없어요!

공감, 평생 풀어야 할 숙제

[#교단일기_2]

"그럼 수학여행은 6월 5,6,7일로 실시하시죠."

"네에????"


 교장선생님의 한 마디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박 3일로 실시하는 수학여행 날짜를 '공휴일'이 껴있는 날로 옮기자는 것이었다. 원래 수학여행은 학부모 설문을 통해 6월 3,4,5일로 정해져 있었다. 하필 교육청 주관으로 실시하는 육상대회가 수학여행을 실시하는 날짜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육상대회에 출전하는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봐야 했는데, 수학여행도 가고 싶고 육상대회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건의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의미로 날짜를 옮기자고 하셨다. 그런데 하필 공휴일이라니. "교장선생님 농담이시죠? 그날은 공휴일.. 하하하.." 다행히 아이들이 육상대회 대신 수학여행을 선택하며 논란은 종결됐다. 교장선생님의 '그게 뭐 어때서?'라는 표정은 잊히지 않았다.

"관리자가 되면 공감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나 봐."


동료교사와 투덜대며 교실에 돌아왔다. 교실에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있었다. 퇴근 전까지 수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왔다.


"쌤! 이거 오늘 방과후에서 한 거예요. 완전 잘 만들었죠???"

"쌤!! 이거 봐봐요. 저 완전 춤 잘 추죠."

"쌤!!! 오늘 숙제해야 하는데 너무 하기 싫어요!"


 "어~ 그래." 귀찮은 듯 대답하며 눈은 모니터로 향했다.


"쌤, 진짜 영혼 없어요! 안녕히 계세요!"


'영혼 없다.'는 말이 귀에 콕 박혔다. 방금까지 교장선생님에게 느낀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겐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공감은 평생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걸까? 더이상 교장선생님을 미워할 수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사, 안 하면 뭘 해 먹고살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