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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Jul 06. 2024

자존감이 높아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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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되고 가장 괴로운 순간은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짜증 났던 때인 것 같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실에 왔는데, 드디어 선생님이라고 불러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는데 “선생님”이라고 불려지는 게 싫다니. 무언가 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었다. 매일 아침 아들의 등원가방을 싸며 다짐한다. “오늘은 꼭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지. 상냥하게 대답해 줘야지.“ 그렇지 못한 날엔 실망스럽지만 성공한 날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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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부터 옷은 반드시 스스로 다려 입는다. 엄마가 예쁘게 다려준 빳빳한 셔츠를 입고 다닐 땐 몰랐다. 다림질이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 조금이라도 옷이 겹쳐지면 보기 싫은 주름이 생긴다. 펴졌다고 생각했던 옷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주름져 있다. 단추 사이 부분은 깔끔하게 다림질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엄마는 이런 귀찮은 일을 몇십 년씩이나 해주셨다니. 어색했던 다림질도 반복하다 보니 제법 익숙해졌다. 다리미의 온기가 남겨진 옷을 입고 외출하면 왠지 기분이 좋다. 아내와 아들도 보기 좋게 다려진 옷을 입고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림질을 해준다. 숙련된 세탁소 사장님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 다림질에 진심을 쏟은 만큼 마음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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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태어나고 아내는 잔소리가 많아졌다. 엄마가 되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수건을 대충 갠다던지, 접시에 설거지가 덜 되었다던지, 건조기를 제 때 돌리지 않는 다던지. 처음엔 잔소리를 듣는 게 무척 싫었다.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움직였다. 깨끗이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는다. 물기가 다 마른 그릇과 접시는 찻잔에 정리해 둔다. 살림살이를 깔끔하게 정돈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작은 일도 완벽하게 해냈다는 사실이 내게 만족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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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사소한 일들을 완벽히 해내는 속에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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