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편한 이유
“쳇GPT 써봤어? 진짜 대박이야.”
친구는 20일 동안 가는 이집트 여행계획을 쳇GPT로 한 번에 해결했다며 AI 의 발전을 극찬했다. 실수로 잘못 예약한 숙소에 보낼 사과문도 3초만에 만들어 주었댄다. 작성된 글을 그대로 호텔에 전달하니, 수수료 하나 받지 않고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친구의 말을 듣고 있자니, 머지 않아 여행사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엔 내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가 들어온다고 한다. 교과서도 종이책이 아닌 테블릿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 제작자들은 아이들 개개인의 성취도에 맞는 맞춤형 문제가 제공되어서 큰 학습 효과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조금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테블릿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수업과 관계없는 다른 목적으로 테블릿을 다루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 오기 전부터 스마트 폰을 보고 종례를 하자마자 쇼츠를 보며 도파민의 세계로 빠져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전자화면에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니.
아이들은 공부를 못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님의 고민이다. 친구와 갈등이 생겨서 고민하는 일이 많다. 친구와 어떻게 화해할지 고뇌하고,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서 씨름한다. 폭력을 일으키는 행동도 변화했다. 요즘 아이들의 폭력은 온라인을 통해 교묘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종종 서점을 찾는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최대한 많은 책을 들여놓아야 수익이 남을 것 같은데, 책의 표지를 온전히 보여주고자 다섯 권도 충분히 꽂아 둘 수 있을 법한 공간을 단 한 권으로 할애한다. 책마다 책방지기의 다정한 코멘트가 자필로 적혀져 있다. 클릭 한 번으로도 책을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이러한 비효율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손 끝에 느껴지는 책 표지의 질감,
종이를 넘길 때 마다 풍기는 책 냄새,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책방지기의 은은한 미소.
교실도 책방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효율이 아닌 정성이다. 누군가에게 얼마나 마음을 쓸 수 있는가. 상대방의 표정이 왜 굳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기르는 곳이다. 어떤 기술로도 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인 것이다. 빠른 것이 박수 받고 효율이 우선시 되는 사회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마음.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담는 모습.
도서관이 어디인지 모르는 동생에게 길을 알려주는 손짓.
다친 친구를 위해 급식을 대신 받아주는 양 손.
AI의 시대, 나는 아날로그 수호자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원초적인 가치가 주목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 어떤 그럴싸한 기술도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마음. 고민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는 마음을 대체할 순 없으니까. 빠르고 편리한 것도 좋지만 세상엔 효율로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