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의 패착과 발화 실수의 비교
재생 구간 10초부터 "적대적이어 하는 모습"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형태소 분석을 해 보자면, '적대적 + 이 + -어 + 하-'와 같을 것이다. 문장 구조는'[[[적대적이] -어] 하-]'보다는 '[[적대적이] [-어 하-]]'일 것 같다. 형태소 분석이든 문장 구조 분석이든 분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적대적이어 하다'는 무언가 어색하다. 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은 무엇일까? 동영상을 보면 부족민의 움직임이 있다. 움직임(행동)에서 관찰되는 특징을 언급한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1. 드론을 보고 매우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드론을 보고 매우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드론을 보고 매우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드론을 보고 매우 적대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4가 가장 간단하고 좋아 보인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머리 속에 '모습'이라는 어휘가 이미 인출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3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어 하-'가 사용된 점이다. 설명 내용이 동영상이다 보니 '움직임' 관념도 머리 속에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관념이 '-어 하-'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적대적'이라는 표현과 '-어 하-'가 어울릴 수 있는 언어적 조합을 계산한 결과 '적대적이어 하다'가 산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문법적으로 틀렸다고는 하기 어려운 산출이다.
이런 발상이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의 엉뚱한 수를 떠올리게 하는 건 왜일까? 인간의 두뇌와 신경망의 작동 방식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예측 과제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예측 결과를 산출하는 알파고의 패착수와 인간의 발화 실수 사이에는 '살짝 엉뚱한 예측값 산출'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