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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nrich May 28. 2022

자본주의여

미국에 놀러 왔습니다. 기름이 비싸서인지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항공권을 구입하고, 기름이 비싸서인지 이상하게 높은 숙박비를 지불하고, 기름이 비싸서인지 생각보다 비싼 밥을 먹으며, 기름이 비싸서 매우 부담스러운 휘발유 값을 내면서 놀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 본토는 세 번째 오는 거라 경험이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유독 노숙하시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쩌면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예전보다 그런 쪽을 더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노숙자가 많다는 것을 사회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캐나다에도 너무 노숙자가 많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적어도 LA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시애틀도 밴쿠버보다 약간 심하다고 느꼈는데 LA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독일도 노숙자가 없지 않습니다만, 캐나다나 미국에 비하면 훨씬 덜 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최근의 분위기는 조금 바뀌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사회 구조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2020년에 캐나다에 왔는데, 한인 마트에서 시급 14 캐나다 달러에 사람을 구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캐나다에 오기 직전 살던 독일 동네 마트에서는 13 유로에 사람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환율로 1 유로가 1.5 캐나다 달러 정도였으니 19.5 캐나다 달러 정도입니다.


반면 슈퍼마켓 물가는 독일이 훨씬 저렴합니다. Numbeo 기준으로 우유 1 갤런 가격이 뮌헨 4.05 유로 밴쿠버 7.46 유로네요. 제가 느끼기에도 독일 슈퍼마켓 물가가 훨씬 저렴합니다. 게다가 제가 살던 집은 저렴한 슈퍼마켓의 최강자 Aldi를 걸어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대학 교육 등의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직업의 경우 독일의 급여 수준이 더 높은 반면, 기초 생활 물가는 독일이 더 저렴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노숙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비교적 쉬운 일이라도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의 독일 실업률이 매우 낮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겠죠.


반면 소득이 비교적 높은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은 독일에서 훨씬 적은 연봉과 높은 세금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levels.fyi라는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구글 L3 엔지니어(엔트리 레벨)는 평균 약 191k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는데 (주식 포함) 독일의 구글 L3 엔지니어는 평균 약 125k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합니다. 제가 세금 전문가가 아니라 계산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세금 계산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저 정도의 연봉은 약 32% 정도를 세금(및 각종 공제)을 가져가고, 독일의 경우 약 40%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독일에서 많이 안 가져가네요. 아마 독일 세금 클래스 3로 가정해서 그런 것 같긴 합니다만 (독신들이 해당되는 클래스 1의 경우 45%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캐나다는 연봉과 세금 모두 미국과 독일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게 함으로써 전체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분들을 보며 밤거리를 무서워하며 다녀야 하는 곳에 살고 싶지는 않네요. LA에 놀러 간다고 하니 10년간 LA에서 근무한 동료가 조언을 해줬습니다. 어두우면 나가지 말고 항상 현금을 좀 가지고 다니다가 길에서 누가 달라고 하면 그냥 좀 주고 가라고 하더군요. 괜히 말씨름하다가 큰일 난다고요. 저는 제가 좀 덜 벌더라도, 각자 자기 일 하면서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더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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