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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nrich Feb 09. 2022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모른다

회사를 옮기면서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발자의 천성은 어쩔 수 없는지 인기가 많고 전망이 밝아 보이는 기술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팀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고, 나이를 먹으니 좀 편한 삶을 살고 싶었는지 워라밸이 좋은 팀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좋은 매니저가 있는 팀이나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하려고 하는 팀에 마음이 가기도 했습니다. 팀을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는데, 결국 종합해보면 제가 원하는 것들의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팀을 평가하고 고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해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너무 어렵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원하는 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원하는 것들을 다 적어보았습니다. 기술 스택, 워라밸, 매니저, 성장 가능성, 그리고 (팀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분야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팀은 없었습니다. 사실 있었다면 오히려 뭔가 속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을 것 같습니다. 기술 스택이 매력적이면 워라밸이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고, 성장 가능성이 좋으면 가치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다섯 가지 조건 중에서 나에게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정해야 하는데, 워라밸이 좋아도 재미없는 기술을 쓰고 싶지는 않았고,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욕심이 많았던 거죠. 무엇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었고, 그렇게 팀을 정하는 과정은 점점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어 갔습니다.


인생의 문제도 결국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지고 싶은 것은 많은데, 다 가질 수는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다가 결국은 놓치게 되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유재석 님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어라는 말이 그렇게 귓속을 맴돌았습니다. 회사에서 로드맵을 세울 때 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는데, 정작 제 자신의 일이 되니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인의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반성도 되더군요.


결국 제 인생의 멘토에게서 답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저를 모르신다는 함정이 있지만, 여전히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계시죠.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하려고 한 일을 하고 싶은가?" "노"라는 대답이 너무 많은 날 계속된다면, 내가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는 가치를 선택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믿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팀이 추구하는 가치에 완벽하게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하게도 좋은 매니저와 괜찮은 워라밸도 가진 팀입니다. 기술 스택은 다소 평범했고 성장 가능성은 애매합니다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더 배우고 성장해서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문제를 고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면 누군가는 알아보고 새로운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 선택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을 모르기에 확신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지금 스스로에 대해 아는 만큼 선택했다는 느낌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오늘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 결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다면 스스로를 좀 더 잘 알게 될까요. 오늘을 기억하고 회고해봐야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제 멘토는 스티브 잡스입니다. :)


I have looked in the mirror every morning and asked myself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And whenever the answer has been "No" for too many days in a row, I know I need to change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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