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인 삶을 위해
우울증을 겪은 경험이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 자신도 어떻게 해야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것을 행할 심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
종현이 "푸른 밤"을 진행하던 시절, 제일 안 좋은 위로법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야 너 지금 그렇게 힘들어하고, 지쳐하고, 피곤해하고, 안 좋은 생각하는 그 에너지로 그냥 빠르게 빠르게 움직여서 할 일들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아마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일을 행할 수 없기에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것이다. 나 자신의 나약함을 혐오하면서도 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수년 전의 일이고 이제는 더는 그렇지는 않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하던 일을 멈추는 짓은 이제 하지 않는다. 이 감정이 금세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하던 일을 꾹 참고 꾸역꾸역 해나간다. 하지만, 이따금 그런 감정이 정체되어 있다가 스멀스멀 마음을 옥죄며 올라올 때가 있다. 최근에 그 당시의 감정이 다가왔다. 이럴 때 정말 무서움이 엄습한다. 내가 다시 그 수렁에 빠질까 봐. 마침 연휴가 겹치면서 한없이 그 감정 속에서 지내버렸다. 해야 할 일들을 알면서도 아득히 멀리 있는 일로 인식했다.
이 감정들을 이겨내기 위해 바빠지기로 했다. 꾸역꾸역 내 삶을 한 발자국씩 전진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동적인 삶을 통해서 변화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동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사람은 나고 자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학부와 석사를 하는 7년의 시간 동안 서울에서 5년, 파리에서 2년을 살았다. 대도시에서의 동적인 삶은 때로는 정적인 부분이 요구되나, 그에 상응하는 도파민 상승의 효과가 있다. 현재는 15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그동안에 비하면 한적한 도시에 거주 중이다. 정적이다. 규칙적이고, 때로는 건강하기까지 하다. 술, 담배, 게임을 멀리하는 삶, 건강해 보이지만, 도파민 시스템이 예전만큼 활발해지지 않는다. 동적인 삶에 중독된 것일까. 나를 몰아붙일 수 있는 동적인 요인이 삶 속에서 절실하다.
이미지: flatic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