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는 언제나 작은 화분에 심겨진 것만 봤는데 여기서는 정원이나 공원에서 맘껏 자란 초목으로 흔히 볼 수 있다. 로즈마리 꽃을 생전 처음 보았는데 연보라와 연청을 오가는 오묘한 색이다. 잎에서 가장 강한 향이 나므로 꽃 자체에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아예 안나는지 모르겠다. 오며 가며 로즈마리 잎을 문지르면서 로즈마리에도 몇 가지 종류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종은 한약 냄새가 나며 다른 종은 익숙한 남성 스킨 향이 난다.
라일락. 한국에서는 수수꽃다리로 불리는 종이 더 우세하지만 여기서는 확실하게 라일락만 있는 것 같다. 집 근처에 핀 라일락은 보다 연한 연보라였는데 여기서는 강한 보라색(purple)이다. 한국은 지금 한여름처럼 25도를 넘나들지만 이곳은 10도를 오가는 초봄 날씨인데도 라일락이 만개하려 한다. 내 기억에 밤에 전해오는 라일락 향기가 매우 진했는데 여기서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밤에 외출하게 되면 근처에 들러서 확인해봐야겠다.
장미과 까치박달나무
내게 한국어로 된 식물도감이 현재 없으므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신뢰하는 것 이외에는 해당 수목을 식별할 길이 없다. 이미지 검색결과에서는 가침박달나무라고 한다. 까치박달나무로 나오는 것은 잘못 표기된 듯하다. 보다시피 잎과 꽃의 형태를 봐도 장미과 활엽목인 게 확실하다. 까치박달나무는 자작나무와 비슷한 수종이다. 장미과 나무로는 매실나무, 산사나무, 벚나무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많다. 주로 다섯 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예쁜 꽃을 피운다. 벚꽃과 마찬가지로 참 예뻐서 봄날이 다가옴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자주 보는 나무는 아닌 것 같다. 매화나무를 파리에서 보고 싶은데 파리식물원(Jardin des plantes)에 곧 가봐야할 것 같다. 서울에서는 황홀한 매화향을 즐기기에는 창덕궁만한 곳이 없다. 창덕궁의 매화는 성정각 자시문 앞과 후원 입구 승화루 앞에 있는 홍매화가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아마 성정각 자시문 앞 매화를 보았던 것 같다. 꽃향기에 취해 기절한다면 매화 아래에 쓰러지고 싶다.
간만에 살짝 맑은 날씨라서 하늘을 쳐다봤는데 가침박달나무와 파리 가로등이 함께 있는 풍경이 멋져보였다. 4월에는 자주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