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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Oct 23. 2023

브런치북을 쓰다 포기해 버렸다

2023년 브런치북 공모에 제출할 원고를 9월부터 썼다. 기획은 8월부터 시작해서 16개의 목차를 준비했고 더 추가할 목차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세 편을 끝으로 기한 내에 쓰지 못했다. 쓴 글들은 (글들이라고 하기 뭐 하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작가의 서랍으로 돌려놓거나 소속 없는 글로 방치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는 삶을 택하였고 최근엔 조그맣게 상담업을 시작했다. 상담하다 보니 내담자들이 지금보다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내 방법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담자들의 반응이 좋아 한번 글로 엮어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원고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단발성으로 해본 일 가지를 가지고 그 일을 마치 내가 창조한 것처럼 글로 표현되는 게 이상했다. 어색했고 가식적이었다.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 펜을 놓아버렸다. 내 글의 매력은 특유의 솔직함인데 차마 자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 글이 재미가 없었다. 쓴 글을 다시 읽었는데 읽히지도, 써지지도 않았다.     


겨우 세 편을 쓰고 네 번째 목차 글을 시작할 때 진짜로 내가 솔직 담백하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했다. 글을 쓰지 않은 채로 며칠을 고민만 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쓰기에 앞서 솔직하고 확실하게 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거듭 반복했다. 물론 내가 쓰려는 분야에서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쓰인 책들도 있지만, 나만의 언어로 방법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브런치북 공모에 쓰지는 못했지만 차차 공을 들여가며 원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누구나 말은 그럴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말은 휘발성이 강하므로 듣고 흘러버리기 쉽다.(물론 아닌 말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글은 아니다. 작가가 펜으로 한 글자씩 종이에 새기거나 키보드로 쓰고자 하는 바를 꾹꾹 눌러 담는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지만 한번 쓴 글은 영원히 박제될 수밖에 없다. 말보다 글이 더 무섭고 지속성이 강하다. 나는 말할 때 굉장히 솔직한 편이지만, 글 앞에서는 더욱더 자신을 추궁하고 되묻고 진짜인지를 검증한다. 가슴에 손을 얹는 일보다 키보드에 손을 얹는 게 마음이 더 무겁다. 그러나 동시에 나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기도 해서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토록 글은 나를 무게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글쓰기를 좋아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사진 출처 : 프로젝트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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