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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Apr 24. 2024

늘 그 자리에 있는 친구

여전히 재미는 없지만

요즘 들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게 대인관계는 20대 땐 즐거우면서 골칫덩어리였지만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점점 놓게 되고 내가 편안해질 수 있는 관계로 변화했다.


좋아하고 챙겨줬는데 상대가 원치 않는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될 때는, 그리고 이제는 놓아야 할 때가 됐구나를 시전해야 할 때는 마음이 참 아렸다. 몇 번을 경험해 봐도 '설마 너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익숙해지지 않고 슬픔만 더해간다.


사람을 좋아하면서 사람 때문에 진절머리 나려고 할 때쯤 괜찮아질 수 있는 건 또 다른 인연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메워줄 때인 것 같다. 철없을 적에 환승 연애했던 것처럼, 친구는 눈치 보지 않고 환승 우정할 수 있지 않은가. 굳이 나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혼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좋아했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도 늘 곁에 있어주는 이도 있었다. 예전에는 몰랐다. 그냥 시답지 않은 농담 따먹기나 해서 영양가 없는 관계라고 치부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농담이 외롭지 않게 해 주었음을.


그때는 재미도 없고 반응해 주기도 참 귀찮았다. 지금은 이 귀찮음마저 즐거움이라는 걸 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그 친구에게 늘 그 자리에 있어줘서,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맙다는 낯간지러움을 표하였다.


"이제야 사람이 됐네"


돌아오는 답변은 여전히 별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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