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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Nov 14. 2024

무작정 오사카 카페(1)

무작정 일본 여행 시리즈

유튜브에서 일본 카페 asmr을 들으며 작업을 하고 있어 늘 일본에 있는 카페를 가보고 싶었다. 다른 국가들도 많은데 왜 하필 일본일까, 궁금하였다. 일본 특유의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일 것 같은 짐작은 하고 있지만 왠지 다른 매력이 더 있을 것 같았다. 바쁜 일들을 마무리하고 이틀 전 오사카에 도착하였다. 일정이 3박 4일뿐이라 많은 곳을 다녀보지 못하겠지만 있는 동안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일본에 오면 '안주'와 '술'이 있는 곳으로만 다녀 카페를 찾는 건 내게 드문 일이다. 물론 국내에 있을 때도 다를 바가 없지만(?!). 숙소 주변 카페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점은 (오사카만 해당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카페가 '커피와 함께 먹는 식사'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구글 맵 정보와 후기들을 읽어보니 오픈 시간도 대개 7시로 아침 일찍 활동하시는 노인분들 또는 출근하는 직장인을 위한 식사 장소였던 것이다. 테이블도 노트북을 올릴 수 없는 폭이 좁은 다찌였다. 노트북 가방을 내려놓을 자리도 부족할 정도로 공간도 협소해 보였다. 하마터면 뭣도 모르고 들어가서 민폐 중에 민폐를 끼칠 뻔하였다.


결국 일본의 '체인점' 카페를 찾는 방법 밖에 없었다. 만만한 게 '스타벅스'였다. 오사카 난바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역 근처 쇼핑센터에 스타벅스가 5~6곳 있었다. 그중 야외 자리도 있어 넓어 보이는 스타벅스로 향하였다.




오전 9시에 오픈하여 9시 30분쯤 가면 자리가 여유로울 줄 알았다. 그런데 쇼핑센터 안에 있어서일까.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 자리까지 만석이었다. 후기에 나온 사진과 다르게 좌석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나 같은 노트북쟁이는 눈치가 보여 감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검색 능력이 좋은 남편이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그이는 근처 사무동 빌딩 1층 카페를 발견하였다. 건물 회전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왼편에 그이가 말한 카페가 있었다. 호텔 로비 카페를 연상시킬 정도로 쾌적해 보였고 테이블도 노트북을 올려놓기에 충분하였다. 사람도 거의 없었다. 구석진 적당한 곳에 노트북 가방을 내려놓은 뒤 카페라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본격적으로 유튜브로만 듣던 일본 카페 asmr을 직접 느끼면 된다. 나는 인터넷 연결을 위해 카페 사장님께 wifi를 여쭈었다. 그런데 와이파이가 없다며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한국 카페엔 널리고 널린 것이 카페 와이파이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건물 전체가 회사이기 때문에 카페에서까지 와이파이가 그다지 필요 없으리라고 십분 이해하였다. 그리고 손님도 없었다. 적당히 말소리도 들리고 커피 내리는 백색소음을 기대한 나로서는 예상 못한 분위기였다. 커피를 빠르게 마시고 또 다른 카페를 가기로 하였다.


두 번째 카페는 (어쩔 수 없이) 스타벅스 리저브였다. 처음에 간 스타벅스보다 넓다는 정보를 확보한 뒤 찾아갔다. 후기는 다행히 맞았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여곡절 찾아 헤맨 카페가 '잘 아는' 스타벅스였지만 예상한 백색소음이 꽤 만족스러워 집중하기 좋았다. 그렇지만 중심가라 그런지, 누구나 잘 아는 스타벅스여서인지 중간중간 한국어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나는 들으며 생각했다.


'아, 나는 '일본어'가 들리는 카페에 가고 싶었던 거구나'


이로써 오사카에서의 카페 투어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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