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여행 시리즈
며칠.. 아니 몇 주 전부터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일본에 세 차례(오사카, 도쿄, 후쿠오카)나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건 일본 특유의 정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 (술까지) 다 잘 맞는다. 일본 거리를 정처 없이 거닐다가 아무 식당에 들어서면 어딜 가나 맛이 좋았다. 좁은 다찌 위로 가게 사장님께서 눈을 맞추며 음식을 하나씩 건네주시는데 맛을 보지 않아도 이 음식이 맛있다는 걸 안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선호하는 나로서 일본이란 나라는 아무 곳이나 가도 잘 왔다는 느낌을 주는 안전한 곳이었다.
요즘 나는 명리 공부를 하거나 상담할 때(카카오톡과 PDF로 상담을 한다) 카페 asmr을 틀어 놓고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럴 거면 집 밖 카페를 가면 될 것 같지만 해외 카페 asmr를 듣기 때문에 굳이 카페를 가지 않는다. 아마도 외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장점(?!) 때문에 말소리가 백색소음에 포함되는 소리의 파장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잠시 해외에 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은 덤으로 작용하였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의 asmr을 찾아들었는데 그중 일본 카페의 asmr이 원픽으로 꼽혔다. 일본 언어가 주는 정적이면서 친절한 느낌(나만 느끼는)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일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언제부턴가 일본 카페에서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 작업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10월부터 상담 예약이 1주 이상 밀리기 시작하였는데(하루에 상담 건수를 정해 놓고 하고 있다) 최근에 예약 건수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상담 안내 공지사항에 휴무 일정을 달아 놓고 무작정 오사카로 와버렸다. 일본 도시 중에서 오사카로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후쿠오카는 너무 가깝기도 하거니와 한국 사람들이 많아 일본에 왔다는 느낌이 적었고 도쿄는 살짝 딱딱한 분위기 때문에 배제하였다. 오사카도 한국 사람들이 많지만 도톤보리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같은 관광지를 가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따라서 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은 카페 투어이다. asmr로만 들었던 백색소음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유를 알고 싶었다. 많은 국가들 중에서 왜 일본 카페 asmr에 꽂혔는지 말이다. 대략 일본이 주는 느낌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직접 보고 듣고 하다 보면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도시를 가면 유명 관광지를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요즘은 '내게 맞는 장소' 또는 '내게 맞는 것'을 찾아다니는 여행으로 변하였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제각각인데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호기심이 생기고 나라면 또 어떨까를 생각한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자부하면서도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내게 맞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