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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Apr 07. 2021

우리의 바다, 나의 우미










박동구와 5년 만에 처음으로 속초를 다녀왔다.

지나간 시간 동안 어려웠던 것들이 많았기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야 시도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쉽게 지친 마음을 달래러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나의 시간은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지하철도 버스도 탈 수 없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물론 남들이라고 쉽게 갈 수 있었겠지 라는 것도 나의 짐작과 오만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을 해야 나의 우울에 대한 당위성이 생긴 것만 같았다.


박동구가 차를 빌리고 우린 긴 터널을 지나 달리고 또 달려 속초에 도착했다. 190km라는 경이로운 숫자가 계기판에 찍혔다. 이때부터 일까? 내 마음은 바다 냄새와 함께 설렘으로 가득 차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우선 오랜 시간 운전을 도맡아서 한 박동구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짧은 여행의 기록을 남겨본다.


글의 시작에 앞서 1박 2일의 짧고 굵은 여정을 기획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겁 많은 나다. 2박이나 집에서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 조금은 겁이 났던 것 같다.

긴장을 할 거 같기도 하고, 갑자기 배가 아플 수도 있는 것도,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잘 먹지 못해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러다 공황장애가 찾아오면 등등의 사소한 불안함이 마음에 찾아왔다. 사사로운 것에 온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을 하며 지내는데 여전히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온다. 이러한 나의 습관적 걱정과 함께 우리의 바다 여행은 시작이 되었다.


바닷가의 바람은 차가웠다. 바람이 세게 불다 못해 주변의 쓰레기가 날아다녔다.

거센 바람과 동시에 파도가 요동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가족들과 갔던 식당을 박동구에게 소개해주고 함께 식사를 즐겼다. 사실 우리 둘 다 뱃속 사정은 좋지 못해 잘 먹지는 못 했지만 가족들과 매년 왔던 휴가지에서 이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우리를 갉아먹었던 것들로부터 멀어져서 온전한 휴식을 취했던 적이 오랜만이라 그래서 더 방방 거리는 이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오래된 연인은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도 둘이 왔기 때문에 그 여행지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쩌면 이별여행이 될 뻔했던 이 여행이 나에겐 그리고 박동구에게 조금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일까? 내 마음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온 것이 꽤나 중요했던 것 같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주변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마음의 슬픔을 이곳에 훌훌 털어버리고 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존재했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잊지 못할 시간들을 만들고 온 우리에게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이 이 시간을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사적인 글을 이런 공개적인 공간에 공유해도 되는 걸까?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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