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3년 차 가드너다
입춘 대한파가 지나고 며칠 기온이 좀 오르나 싶었지만, 또다시 일주일이 넘는 긴 한파가 계속되었다. 봄이 눈앞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 느낌. 그래서 2월 하순의 추위가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갈 길은 가야 한다. 3월의 봄이 되면 어린싹들이 본격적으로 쑥쑥 솟아나기 시작한다. 이제 막 세상과 마주한 새싹들이 포근한 햇살을 받아야 하는데, 퇴비로 덮어 버리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영하의 기온에 몸이 움츠러들어도, 마음을 다잡고 서둘러 퇴비를 주었다.
퇴비 주기는 가드닝의 처음이자 끝이다. 풀, 짚, 동물의 배설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발효시키거나 썩혀서 만든 유기질의 천연 비료인 퇴비를 정원의 흙에 넣어 주는 목적은, 꽃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건강하고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해서다.
퇴비의 가장 큰 효용성은 토양의 구조를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구조로 바꿔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흙이 포슬포슬해져 식물의 뿌리가 뻗기 좋아진다. 또 수분 유지에도 용이해 비가 오지 않아도 식물이 잘 버티게 해 주고,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져 뿌리의 습해를 방지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렁이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 되면서 지렁이가 자연스럽게 늘어나, 흙 속은 유기물이 풍부해지며 생태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정원이 된다.
여기에 양분 공급은 기본. 꽃과 식물이 자라면서 토양에 녹아 있는 양분을 흡수하여 고갈시키는데, 퇴비는 이렇게 부족한 양분을 훌륭하게 보충해 준다. 그러니 "우리 집 마당에서는 왜 꽃이 잘 안 되지?"라고 고민하는 분들은 정원의 흙에 충분한 퇴비를 넣은 후, 2~3년 길게 보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마당의 흙을 바꾸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올해도 우리 집 한 뼘 정원 2월의 연례행사 퇴비 주기를 완료. 부숙이 완전히 이루어져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부숙 완료 퇴비’를 구입해 장미와 수국 등 관목에게는 물론, 정원 전체에 가능한 두툼하게 올려 주었다.
물론 흙 위의 멀칭을 걷어내고 그 밑으로 퇴비를 넣어준 후 다시 멀칭을 덮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체력과 몸상태의 나이는 아닌 것 같아, '그래 퇴비를 이렇게 얹어 주는 것만으로 어디야!'라고 적당히 마음의 타협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퇴비를 주고 난 다음은 '칼슘유황비료' 주기. 사실 칼슘유황비료로 정원의 병해충을 완전히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도 칼슘유황비료를 '안주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그런 마음으로 매년 마당에 조금의 수고로움을 더한다.
칼슘 성분은 당근, 고구마, 감자 같은 뿌리 작물과 과일나무의 열매를 품질 좋게 만드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뿌리의 발육을 촉진한다. 뿌리가 튼튼하면 꽃과 나무가 잘 자라고 강건해지는 것은 기본. 그리고 유황 성분은 살충 성분이 있어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 향상과 보호제 역할을 해준다.
그러니 정원의 식물과 병해충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인 2월에 칼슘유황비료를 마당 곳곳에 뿌려 놓으면, 식물과 병행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3월부터 이 비료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칼슘유황비료를 손에 듬뿍 잡아 마당 여기저기 한 움큼씩 휙휙 뿌려주며, 올해는 벌레 없는 정원, 올해는 꽃풍년을 기원하면서 마음속으로 '고수레~' 외쳤다.
1월 중순에 파종한 팬지와 비올라, 그리고 페츄니아가 꽤 많이 자랐다. 가는 실뿌리가 지피 펠렛을 뚫고 갈 길을 잃어버리고 있다. 어서 빨리 포트 화분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 아이들을 다 데리고 아직도 영하의 기온인 마당으로 나가서 작업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온이 쭈욱 올라가는 다음 주까지 한 주만 더 비좁은 지피 펠렛에서 고생하라고 "얘들아 힘내!"라며 응원해 주었다.
2월 하순의 한파를 뚫고 수선화의 싹이 올라오고 있다. 이 자리에는 작년 봄 두 주의 수선화 밖에 없었지만,
겨울 전 수선화 구근을 보충해 준 덕분에 올해의 봄에는 조금 더 풍성한 수선화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늦가을 구절초를 뽑아낸 자리에 새롭게 심은 백합 구근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땅 위로 새싹을 밀어 올렸다. 아직 겨울이 많이 남아 있는데, 성급한 새싹들이 다 얼어 버릴 것 같아 낙엽을 두툼하게 덮어 주었다. 다행히 한파를 무탈하게 넘기고, 새싹이지만 비교적 큰 덩치를 뽐내며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백합은 향기로 유명한 꽃이다. 과연 나의 작은 정원에 어떤 향기를 채워줄 것인지 벌써부터 여름이 기다려지고 있다.
튤립의 싹이 언 땅을 뚫고 뾰로롱 올라오고 있다. 3월 초가 되면, 작년 겨울 전 새롭게 심었던 튤립의 구근들이 뾰족뾰족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마당 여기저기를 기어 다니는 재미로 한두 시간은 훌쩍 보내게 될 것이다.
지난겨울 동안의 시든 꽃과 그라스를 정리하고, 땅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 꽃들의 뿌리에게 퇴비 한상을 차려주고, 칼슘유황비료를 디저트로 얹어 주고 나니 아직은 매서운 영하의 기온이지만 구슬땀이 나기 시작했다.
허벅지에는 알이 배기고 허리는 우두득, 온몸에 근육통과 몸살의 기운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지만, 이제 곧 하나 둘 피기 시작할 봄날의 꽃들을 생각하면 마음만은 행복과 기쁨, 설렘이 가득이다.
2월의 마지막까지 영하 7~8 도,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응가 마려운 강아치처럼 애타게 봄을 기다리게 했던 지난 몇 주의 한파. 그럼에도 봄은 이렇게 눈부신 햇살과 함께 한 뼘 정원의 문을 활짝 열고 찾아왔다. 꽃 피는 3월, 두근두근 봄이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5년 2월 16일~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