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MZ세대라는 용어가 불편한 이유
*2022년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 당시 작성했던 글입니다.
오늘은 문화담당이 조심해서 사용했으면 하는 용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시장분석 담당이 아니라 문화 담당이라는 점은 기억하고 읽어주세요.) 기업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용어는 크게 두 종류라고 생각하는데요. 다음과 같아요.
1. 그룹을 나누는 용어 ('차이'에 집중)
2. 결과를 강제하는 용어
1번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MZ세대예요. 생각해 보면 MZ세대라는 용어는 언제 쓸까요? 주로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해석하고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죠. "MZ세대는 다르다" "MZ세대는 왜 이럴까" "MZ세대는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등등이 대표적이에요. 마치 기성세대랑 크게 다른,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 것처럼 열심히 묘사하고 대응책을 강구하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와 너를 나누고 차이점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소위 그룹핑이 시작돼요.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자라나죠.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저 친구는 MZ세대라 그래"라는 말로 합리화해 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다양성과 환경을 존중하고, 상대가 누구든 내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고,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등이 정말 MZ세대만의 특징인가요? 어쩌면 상대를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상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MZ세대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건 아닐까요?
Z세대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베이비붐 세대도 많고 X세대만큼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Y세대(a.k.a 밀레니얼)도 많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세대로 그룹을 나누고 이를 통해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기 시작하면 뜻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어떤 시대보다 'Be Yourself', 각자의 가치와 삶이 중요한 시대예요. 그러니 엄한 그룹핑을 통한 낙인찍기를 반복하는 대신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충분한 소통과 합의를 통해 개인을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2. 결과를 강제하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 볼 텐데요. 제 생각에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용어는 바로 '주인의식'이에요. 아마 듣자마자 몸서리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단어죠. 주인의식이 담고 있는 뜻 자체는 참 좋죠. 회사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 단어는 왜 이렇게 미움을 받기 시작한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고 제 방식대로 표현하면 결과를 강제하는 단어이기 때문이에요.
보통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구조적인 경우가 많아요. 문제가 구조적이라는 건 개인이 용을 써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에요. 그런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다 보니 소위 반복작업(노가다)이 늘고 야근을 하고 모티베이션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건데요. 놀랍게도 이런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주인의식이에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거예요. 내가 직면한 상황은 헬인데요. 이러니 주인의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거죠.
주인의식은 결과예요. 적절한 임파워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 주어지고 합리적 의사결정과 논의가 수반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일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강요할 시간에 위의 수반되는 조건들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에요. 물론 이 경우에도 일의 주인이 되는 거지 회사의 주인이 되는 건 아니죠. 회사의 주인은 주식을 사야 되는 거니까요.
오늘은 문화담당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나눠봤는데요. 몇 년 전에 모 회사에 다니는 팀장님과 대화를 하다가 프로젝트 진행이 잘 안 된다며 "요새 MZ세대들은 주인의식이 없나 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두둥! 아무리 다른 회사 팀장님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그냥 듣고 넘길 순 없더라고요. 그냥 막연하게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만 반복해서 하는 건 아닌지, 적절한 권한과 자원을 주고 있는지, 방향성에 대한 합의는 되었는지 등등을 질문드렸어요. 개인의 문제를 굳이 세대의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 없다는 의견도 함께 드렸고요. 감사하게도 제가 말하는 걸 잘 들어주시더라고요. 속으론 '역시 MZ는 안되네'라는 생각을 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너는 나와 다르고 (심지어 나만 옳고) 희생을 하지 않는다고 낙인찍는 건 참 쉬운 일이죠. 하지만 쉬운 만큼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점, 기업문화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te: 제가 남기는 글들은 기업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회사나 조직의 상황을 가정하고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