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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Oct 25. 2023

[culture] 리더가 팀원을 존중하는 방법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저는 상사복이 있었어요. 늘 좋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영역에서는 배울 부분이 있었던 분들과 함께 일했거든요.


비저닝을 잘하시는 분,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신 분, 유관부서와 협업을 기가 막히게 잘하시는 분, 상사의 의중과 취향을 (상사보다) 더 잘 파악하시는 분, 직원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정/부 매칭을 잘하시는 분,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분 등 다들 저마다의 강점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분들이었죠.


오늘은 그중 한 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지금도 종종 만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좋은 리더랍니다. 제가 배운 여러 가지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도 활용하는 건 바로 시간관리법입니다. 이분의 시간관리 원칙은 심플한데요.


1. 철저하게 캘린더 베이스로 움직인다.

2. 일정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3. 일단 일정이 잡히면 정시에 와서 그 시간에 집중한다.


진짜 심플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 원칙이죠. 그런데 이 당연한 걸 변함없이 실천하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리더들은 늘 바쁘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간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관련해서 에피소드가 기억나는데요. 처음 이분과 같이 일할 때, 제 업무 중 하나가 탑리더십 전략회의체를 위해 주요 지표와 이슈를 정리하는 일이었어요. 이런 업무를 하다 보면 문구 하나하나를 의사결정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자칫 이슈가 잘못 정리되어.. 탑리더십에 전달되면 사업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망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담당은 마음이 조급하고 리더와 미팅을 자주 요청하게 되는데....


제 리더는 위의 1-3번을 충실히 지키는 스타일이다 보니 처음엔 좀 답답하더라고요. "아 지금 이게 중요한데... 왜 다른 미팅을 하느라 시간을 쓰시지..." 등등의 생각이 드는 거죠.  다른 리더들은 탑리더십 관련 자료라면 만사를 제치고 미팅을 하거나 오히려 담당이 지칠 정도로 피드백을 주곤 했었으니...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저도 자연스럽게 일정을 역산해서 캘린더를 선점하고 퀵 리뷰 방식으로 짧게 짧게 방향을 맞추는 등 곧 적응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을 통해 느꼈던 건.. 저 간단해 보이는 시간관리 원칙이 장기적으로 팀원들의 모티베이션과 성과를 결정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담당의 입장에선 다른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이 존중받길 원하죠.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작든 크든 기획이든 운영이든 탑리더십 어젠다든 아니든 그 자체로 존중해 달라는 거죠. 리더가 시간을 쓰는 방식은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만약 위의 상황에서 제 업무가 리더십 어젠다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일정을 취소시켰다면 해당 일정을 잡았던 담당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한두 번이야 넘어가겠지만 결국 본인의 업무가 존중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거예요.


약속된 시간에 미팅에 참석해서 핸드폰도 노트북도 보지 않고 담당의 말에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위 원칙 중 3번)도 결국 존중의 또 다른 표현이죠. 10분이든 20분이든 온전히 시간을 내어 이야기 나누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정작 바쁜 리더를 자리에 앉혀놨더니 문자로 다른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 오히려 최악의 경험이 되잖아요.


어쩌면 제가 리더분에게 배웠던 건 시간관리가 아니라 존중의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제가 지금도 위의 1-3번 원칙을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고요. 이 글을 빌어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또 전하고 싶습니다. (이미 당사자 앞에서 여러 번 말씀드리긴 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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