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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Nov 15. 2023

한국사람이 그리우면 우유니로 가라

언젠가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을 얻은 곳이 '볼리비아의 우유니(Uyuni) 소금사막'이었다.


그때 처음 들은 '우유니'란 지명은 뇌리에 콕 박혀 단 한순간도 잊히지 않았다. 물 찬 소금밭에서 찍은 자동차와 사람의 반영 사진은 그렇게 환상적일 수가 없었다.



언젠가 우유니


그렇게 나도 '언젠가 우유니'를 꿈꾸게 되었고 마침내 우유니에 발을 디뎠다. 바다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볼리비아 내륙 하고도 해발 3,600m 고지대에 이토록 광활한 소금평원이라니... 우리나라 경상남도 면적보다 넓다고 한다.


우유니 시내에서 우유니 소금사막 가는 길


태평양판과 남아메리카판충돌 바다였던 곳이 융기해 호수 되었다. 그 후 건조한 기후로 인해 물이 증발하면서 오늘날 소금사막이 되었다고 한다. 온천지가 소금뿐이다. 하얀 소금을 발로 고 서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하얀 소금 수평선뿐인 곳을 상상할 수 있을까. 믿기지 않아 발 밑의 백색 가루를 한 줌 쥐고 맛을 보았다. "헉! 진짜 짜다. 진짜 소금이네."


육각형의 소금건열이 끝없이 펼쳐진 소금사막


눈인가 우박인가... 맛을 보니 짜다, 짜! 내 발 밑의 소금 결정들.



한국사람이 그리우면 우유니로 가라


소금사막 여기저기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남미 여러 나라를 그렇게 다녀도 잘 마주치지 않던 한국 여행자들이 우유니에 다 모였나? 우유니는 한국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여행지라고 한다. '물 고인 소금사막에서의 반영사진에 낚인 한국인은 나만이 아니었구나.'


건기인 10월의 소금사막에서도 물이 고인 곳을 찾아 반영사진을 찍는다.(12-2월 우기가 성수기임.)


한국인 여행자들은 현지 투어사에서 우연히 만나 같은 날 투어를 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유니 사막 한가운데서, 한낮에도 선셋 때도 한밤중과 선라이즈 때도, 지치지 않고 사진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한국인 여행자들 뿐이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사진에 이토록 진심인 민족이 되었을까.


우유니에서는 다들 사진 놀이 中~


중남미 여행지, 어딜 가나 난 한국 대표를 넘어 아시아 대표가 되곤 했고 어쩌다가 마주치는 한국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남미 여행 중 한국말 고픈 여행자는 우유니로 가라. 단언컨대, 단일 스폿으로 한국인을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우유니고원을 지나 칠레로 


우유니에는 육각형의 소금 건열과, 작은 호수와 선인장섬, 소금호텔까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었다. 빛이라곤 한 점 없는 소금사막 한가운데서 마주한 별 쏟아지는 밤하늘과 은하수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소금이 굳어진 돌, 암염으로 만들어진 소금 호텔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출발해 육로로 칠레의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로 넘어갔다. 투어차로 2박 3일간 관광을 하면서 볼리비아 국경을 넘는 여정이었다. 우유니 고원은 인공 구조물 하나 없는, 문명이 전혀 닿지 않은 '건조한 땅' 그 자체였다. 도중에 화산, 붉은 호수, 이색산과 간헐천을 만났다. 원시사막에 가깝고 황량해서 역설적으로 더 아름다웠다.

 

우유니 사막에서


칠레로 넘어가기 직전 투어차 차창 밖을 내다보니...


붉은 호수, 라구나 콜로라다(Laguna Cololada)


고된 사막 투어 끝무렵 3일째 새벽에 노천 온천에 도착했다. 이용료는 6볼(1,200원). 시린 새벽 공기를 가르며 뜨거운 김이 피어나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지구상에 이렇게 가성비 높은 행복이 또 있을까 싶었다.


새벽 온천의 즐거움


볼리비아는 한국인에게 무비자를 허하라


사막 로드 투어 중에는 포장도로도 이정표도 없었다. 소금평원과 사막지형만으로 지구 반대편 관광객들을 이토록 많이 불러들이는 볼리비아가 관광 잠재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볼리비아의 나라 살림이 나아져 도로도 놓고 입장료도 받았으면 좋겠다.


사실, 볼리비아 여행의 최대 걸림돌은 비자이다. 볼리비아에 가려는 한국 여행자는 반드시 관광비자를 받아야 한다.


볼리비아 당국은 비자 신청자에게 여권 사본과 사진, 여행일정표, 황열병예방주사 접종증명서, 은행 잔고 증명서, 현지 숙박 예약증, 입출국항공권까지 요구한다. 이 모든 서류를 온라인 신청 때 첨부함은 물론 종이 출력물까지 지참해 서울이나 중남미 인접도시의 볼리비아대사관에 직접 가야 한다. 한국 여행자를 잠재적 불법체류자로 전제하지 않고서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볼리비아는 하루빨리 중남미의 다른 나라들처럼 한국인에게 무비자를 허락하길 바란다. 우린 오로지 볼리비아 관광 가서 돈 쓰고 볼리비아 경제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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