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트립 Nov 08. 2024

영어책 한 권 외워봐?

나는 오늘 영어책 Day70. Let's split the bill. 을 외웠다. 영어책? 네가 왜 거기서 나오느냐고요?


때는 7월 말. 스페인어 회화책 <스페인어 100일의 완성>을 외우기 시작한 지 두 주가 지났을 때였다. 문법도 모르고 단어도 모르는 외계어만 같았던 스페인어가 외우려고 드니 외워지는 게 아닌가. 참 신기한 체험이었다.


'문법도 단어도 모르는 스페인어가 외워진다? 그럼 영어는 문법도 알고 단어도 알잖아? 못 외울 이유가 없네?' 이렇게 해서 '나의 영어책 외우기'가 시작되었다. 책은 <영어회화 100일의 완성>. 작정하고 2편도 같이 구입했다.


<영어회화 100일의 완성>은 내 수준에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본문 하나가 딱 6개의 대화문이라 양도 적당하다. 구어 중심이라 좋다. 미드나 영화 대사에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 중심으로 문장을 뽑았다고 한다.


눈으로 찍어 머릿속으로 다 집어넣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영어 학습법에 의하면 "영어 말하기가 되려면 영어 문장 3,000개 정도가 머릿속에 들어있어야 한다"라고 한다고 했다. 영어회화 100일의 완성 본문은 총 6개의 대화문으로 구성된다. 대화문 한 줄이 2문 장인 경우가 많아 1개 본문에는 문장 10개가 들어있다.


"100일이면 1,000 문장이네? 2권까지 외우면 2,000 문장. 1,000 문장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다고 치면 이 책 1, 2권을 다 외우면 총 3,000 문장을 외운 셈이네?"


이렇게 암기를 시작한 지 오늘 70일째다. 처음에 하루에 한 과씩 하다가 너무 힘들어 도중에 계획을 바꿨다.

주 5일만 외운다. 진도는 주 5과씩 나간다.


< 나의 영어책 암기 방법 >

1) 본문 해설 강의를 듣는다.(오디오클립 앱에서 다운받기)
사실 못 들을 때가 더 많다. 본문 1개의 강의가 고작 4분인데도 말이다.
저자가 얼마나 핵심만 콕 집고 유용한 표현을 곁들이는지 4분 만에 하는 이런 명강의라니!

2) 본문을 소리 내어 읽고 외운다.
정말 입에 붙지 않는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구동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3) 한글 문장과 영어 문장을 교대로 녹음한 파일을 들으며 반복적으로 외운다.
유튜브에서 5 개과씩 묶어 놓은 파일을 틀어 자동차로 이동 중일 때 반복해 듣는다.

* 나만의 암기비법 : 일명 수면암기법(내가 붙인 이름). 밤에 자기 전에 오늘 외운 본문을 중얼거리다가 잠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외운 문장이 술술 나온다(진짜다!). 


사실 나는 중국어와 일본어 회화 초급책 1권씩을 외워본 적이 있다. 외국어 학습의 지름길은 없다.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반복 암기만이 외국어 학습의 정석이란 사실을 그 때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영어 회화책은 한 번도 외우려고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늘 타령만 했다. 영어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문법과 단어를 아는 것'과 '입에서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인데도 말이다.


영어책 본문을 보면 외워 말하고 싶은 주옥같은 표현이 한가득이다. 형광펜으로 칠해보면 본문 전체가 다 형광색이다. 언제 이걸 다 내 걸로 만들까만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던가. 놀랍게도 영어책 두 권 총 200과 중 70과까지 오지 않았나? 


사실, 진도만 뗐지 벌써 다 잊어 먹었다. 그래도 외운다. 내일은 71 과를! 과연 영어책 외우기는 나를 구원해 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