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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May 31. 2024

1분 늦었다고 해고라고?

상식이 곧 꼰대 마인드인가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가 카톡을 보내왔다. 자영업 사장님들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왔는데, 많은 댓글이 알바 편을 들면서 사장을 꼰대로 취급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당최 이 댓글이 이해가 안 된다며, 내 의견을 물어왔다.


출처: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7시 정각에 도착했다"는 알바의 말에

사장은 "7시 01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근무시간이 7시라는 것은 미리 도착해서 환복하고 7시부터 바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출처: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내가 탈무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두 명의 사람이 코란을 읽으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에 대해 논쟁을 하다가 랍비에게 물었단다.


A: 랍비님, 코란을 읽으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랍비: 당연히 안되지.


B: 랍비님, 담배를 피우는 와중에도 코란을 읽어야겠죠?

랍비: 당연하지.


똑같은 상황이지만 보는 관점을 다르게 하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올라온 저 글의 댓글을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두 가지였다.


1. 1분 지각이 포인트가 아니잖아!!!


2. 7시에 출근해 놓고 근무준비한다며 30분 동안 옷 갈아입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사장이 지적한 것은 1분 지각이 아니다. 7시에 근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7시에 (7시든 7시 1분이든) 출근했다는 것은 이미 지각을 의미한다. 근무준비를 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시간이 늦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다 사무직이라고 할 수 있다.

“9시부터 근무인데 9시에 회사 정문에 도착했잖아. 너 책상에 앉으면 9시 3분이니까 지각이야”라고 상사가 말한다면 너무 까다롭다고 느낄 것 같다. "그래봐야 몇 분 늦게 시작하는 건데 너무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고객을 응대하거나 제조공정기계가 돌아가는 직장처럼 9시부터 일이 쏟아지는 업무인데 누군가가 9시에 출근한 후 담배 한 대 피우고 커피 한 잔 한다고 20-30분 자리를 비운다면… 그건 괜찮나?


입장 바꿔서 우리가 출근길에 은행업무를 처리하고 빠듯하게 시간을 맞춰가야 상황이라면, 그래서 은행이 문 열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9시부터 영업시간인데도 은행의 직원이 9시가 되어서야 은행문을 열고 외투를 벗고 가방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켠다면, 우리는 그 시간 동안 너그러운 마음으로 직원을 기다려줄 수 있을까?


게다가 사장의 문자를 보면 이 알바의 일은 교대업무이다. 7시에 알바를 교대해야 하는데, 다음 알바가 7시에 출근해서 옷 갈아입고 근무 준비하느라 몇 십분 걸린다면 그 이전타임 알바의 추가 근무시간은 누가 보상해줘야 하는가.


출처: 서울경제


작년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출근시간의 의미에 대해 응답자의 61%가 '업무시작시간'이 아니라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출처: https://www.sedaily.com/NewsView/29S9NU6ZXS) 베이비부머 세대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세대 간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응답자의 나이보다는 응답자의 근무환경을 고려했어야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사고방식이 상식이 된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사고방식이란 대개의 시스템에서 통용되는 사회적 약속이고, 거의 모든 집단에 적용되는 규칙이다.

규칙이라는 것은 몇 백만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든 겨우 몇 십 명이 모인 동호회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생기기에 기득권의 생각이 곧 규칙이 된다. 기득권의 사고방식이 법이 되고, 규칙이 되고, 상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시점에서 대개의 규칙은 비기득권인 MZ세대보다, 기득권인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에 부합할 수밖에 없다.  

기득권의 사고방식-> 규칙일 수 있지만,

기득권의 사고방식-> 규칙-> 꼰대 마인드로 치부하는 것은, '기득권의 사고방식-> 규칙' 속에 녹아있는 수많은 논쟁과 합의의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상식이나 규칙이 MZ세대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해서 꼰대 마인드라고, 혹은 비이성적이라고 매도당하는 것은 부당하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면 규칙들도 이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MZ세대의 사고방식이 보편화되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이나 통념 역시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칙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해야 바꿔나갈 수 있다. 어른들의 규칙은 무조건 개꼰대라고 우기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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