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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Jun 23. 2024

아이 낳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뭐부터 하지?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기쁘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혼자 살았다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니, 부모의 역할이란 정말이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육아서와 부모지침서가 넘쳐나는 게 아닐까. 


최근에 읽은 <부모 인문학 수업> (김종원 저, 청림Life)를 읽다가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다시 결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거나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와 같은 답이 아니라 "이번에는 결혼해서 아이를 제대로 키워보고 싶어요"라는 답이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사춘기 아이와 부딪칠 때, 아이가 예전의 내 행동을 지적할 때마다 뜨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 짜증을 내고 말을 함부로 하냐"는 나의 질책에 "엄마도 예전에 나한테 말 함부로 했잖아요"라고 아이가 응수하면, 말문이 턱 막히고 마는 것이다. 아이가 말대답하는 그 순간에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는 되고 너는 안 돼'라는 논리를 내세우기엔 예전의 내 행동 역시 잘못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책으로 귀결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는 '그때 그렇게 행동했으면 안 되었는데...' 혹은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건 지켰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엄마가 아픈 이후 엄마를 돌보는 일이 육아와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지만, 특히나 치매는 할 줄 아는 일, 알고 있는 일들이 줄어들면서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과정 같았다. 

내 아이의 육아가 서툴렀던 만큼이나, 나는 엄마의 육아 앞에서 늘 허둥대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힘들고 어려운 마음에 엄마에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가, 돌아서면 후회하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책을 출간한 이후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모님이나 할머니가 치매인 분들은 물론, 다른 질환으로 섬망증세가 와서 간병이 필요한 부모님의 이야기까지... 다들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그 과정을 지나왔기에 해주고픈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잘 해내지 못했던 엄마의 육아 과정에서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남았기에, 그들 역시 같은 실수와 후회를 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해주고픈 이야기, 특히 정보와 관련된 부분들은 책에 많이 실었기에 내 책을 참고하라는 농담을 건네고는 했다. 

감사하게도 ebook까지 나왔다. 해외에 사는 지인이 책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전해왔다. 




사실 나의 친구,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이 책에 실린 정보를 평생 모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건 그 사람 본인 혹은 그 사람의 지인이 치매나 다른 노인성 질환 때문에 마음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치매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는 요즈음, 그리고 가족력이 없는 사람도 치매에 걸리는 상황에서 주변에 치매인 분들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 

아이의 육아를 처음부터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처럼, 엄마의 육아를 다시 겪어야 한다면 지난번보다는 덜 아쉽고 후회가 남도록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언젠가 겪을지 모를 부모님의 육아에서 시간이 흐른 후 후회로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사서 보지 않아도 된다. 집 주변의 도서관에 도서신청을 한 후 대여해서 읽는 방법도 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육아서를 읽었던 것처럼, 부모님의 육아도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 두면 덜 어설프지 않을까... 그분들에게 나의 경험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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