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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Dec 02. 2021

점점 덕질이 어려워진다

케이팝 고인물의 한탄

나만 그런거 일 수 있다. 


점점 덕질이 어려워진다. 어릴때는 엠카,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로 이어지는 음악방송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봤다면, 지금은 관심있는 그룹의 교차편집 영상만 유튜브에서 본다(심지어 알고리즘이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넘어갈 뻔한 적도 많다) 어릴때는 최애 그룹의 방송, 예능 짤을 빠짐없이 챙겨봤다면, 요즘은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 영상만 돌려본다. 


분명 어릴 때보다는 덕질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다. 본방을 챙겨보지 않아도 되고 베스티즈 같은 곳에서 최애 예능을 다운받을 열차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이거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스마트폰 하나면 최애와 관련된 수만가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트위터, 위버스, 버블 같은 곳에선 나와 같은 동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말그대로 하루종일 덕질할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시기이다. 그런데..도대체 왜!! 난 예전만큼 덕질에 빠져들지 않는 걸까..

덕질 커뮤니티 위버스, 리슨


처음엔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최애가 세상의 전부이자 기준이었다. '최애없는 삶=제로'라고 할 정도로 빠졌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보니 내 삶을 챙기는 것만 해도 정신없이 바쁘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최애는 내 마음의 힐링이지만, 내 육신과 현생을 챙겨주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시간도 많이 줄긴 했다. 하루에 8~9시간을 회사에 있다보니, 최애와 만나는 시간은 짧은 출퇴근 시간 뿐..나이를 먹어가면서 줄어드는 덕질 또한 현생과 타협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최근에 10대, 20대가 아니더라도 뜨겁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나이는 상관없다는 걸 많이 느꼈다. 미스터트롯부터 시작해서 최근 스트릿우먼파이터까지, 덕질은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모두가 동일하게 겪는다. 입덕은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는 포인트도 더 다양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왜 KPOP에 대한 내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걸까 라고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KPOP이 너무..좀 너무...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블', '위버스', '리슨' 같은 새로운 플랫폼부터 메타버스라는 용어까지 KPOP에 등장하다보니 이게 정말 내가 알던 KPOP이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이제는 정말 덕질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겠구나.


특히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참 많다. 최근의 아이돌은 어렵고 복잡한 세계관, 난해한 컨셉, 실험적인 음악 등을 강조하다보니 점차 더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분명 예전엔 KPOP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모두 따라 부를 수 있는 즐겁고 쉬운 음악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새는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음악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아이돌의 이번 앨범 컨셉과 곡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전 앨범의 세계관을 알아야 한다던지, 이 멤버가 이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해당 멤버의 상징성 때문이라던지..정말 덕질을 하려면 해당 그룹의 나무위키 정도는 3번 정독해야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세계관의 양이다..정말 많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어려울수록 돈이 된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이돌의 세계관을 잘 만들어두면 수많은 굿즈와 2차, 3차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음악이 어려울수록 실험적, 도전적이라는 칭찬을 듣고 뮤직비디오가 복잡할수록 재밌다 라는 칭찬을 듣는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열성 팬이 늘어난다. 이들은 자신들만이 아는 포인트들을 공유하기 시작하며, 점점 더 깊게 빠져든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부분의 수입은 이들에게서 나오게 된다. 어려울수록 돈이 되니, 기획사들도 이 점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KPOP이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더 마이너화 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무슨 산업이든 어렵고 난해해지기 시작할수록 대중들은 외면하기 시작한다.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오히려 고립시키는 것 같은 요즘 KPOP에 살짝은 걱정을 표하고 싶다. 공부하고 이해하는 음악보다는 보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다시금 유행했으면 좋겠다. 후크송이어도 좋다. 단순한 음악이어도 좋다. 모두가 다 같이 따라부르는 KPOP으로 돌아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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