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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Dec 09. 2021

지금의 KPOP을 만든 곡들 - 2편

격변의 2004-2009년 - 2편

6. 2PM - Heartbeat

KPOP은 항상 빠른 변화를 통해 살아남았다. 거칠고 전투적인 아이돌의 시대 속 동방신기가 태어났고 발라드와 R&B의 시대 속 빅뱅이 태어났다. 2PM 또한 발라드와 힙합이 대세이던 시절, '남성미'를 강조하며 데뷔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신화 이후 강한 남성미를 컨셉으로한 그룹은 2PM이 처음이었을 것이다.2009년에 발매된 'Heartbeat'는 강한 남성미에 '좀비'라는 컨셉 한 방울을 떨어트렸고 이는 역대급 퍼포먼스를 낳게 된다.

'Heartbeat' 이전 KPOP 안무는 곡의 가사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너를 사랑해", "너 없인 힘들어"처럼 가사를 1차원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쳤다. 'Heartbeat'는 처음으로 가사를 뛰어넘은 퍼포먼스의 시작이었다. 가사 어디에도 '좀비'가 나오지 않지만, 이들은 좀비라는 컨셉을 안무에 도입시켰다. 사랑을 잃고 슬퍼하는 남자를 좀비에 비유한 퍼포먼스는 당시 KPOP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노래를 위한 안무가 아닌 퍼포먼스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다. 거기에 좀비를 컨셉으로 하여 매회 달라지는 엔딩씬은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무대를 챙겨보는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2PM의 'Heartbeat' 이후 수많은 남돌, 여돌이 안무 속에 컨셉을 녹여내기 시작했고 이는 '빅스', '인피니트' 등 후발 그룹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7. 슈퍼주니어 '쏘리쏘리'

KPOP이 아시아 전체를 휩쓸게 만든 곡. 2009년에 발표된 이 곡은 지난 10년 간 KPOP 남자아이돌의 집대성이자 추후 10년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곡이라 생각한다. 중독성있고 강한 비트 위 반복적인 후렴, 단순하지만 포인트 있는 안무, R&B, 힙합적인 요소가 모두 들어가있는 곡의 구성 등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는 그간 KPOP의 음악적 도전과 성과를 하나로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인원을 활용한 안무는 KPOP 퍼포먼스를 더욱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모두가 나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안무를 추는 군무 대신, 각자 파트마다 다른 안무가 있고, 멤버 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안무는 새로운 충격이자 재미였다. 개인적으로 동방신기의 '주문'과 더불어 '쏘리쏘리'야말로 소년과 마초를 넘어 세련된 남성이라는 컨셉을 성공적으로 KPOP에 이식시켜준 곡이라 생각한다. 슈퍼주니어는 이 곡을 통해 아시아에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후배 그룹들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머나먼 유럽, 남미, 미국에서도 KPOP이라는 뿌리가 심어지게 된다.


8. 2NE1 - Fire

2NE1은 KPOP 걸그룹 계의 부스터샷 같은 존재였다. 2NE1은 편견을 깨는 그룹이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룹이었다. "걸그룹이 이런 컨셉을?", "걸그룹이 이런 가사를?" 같은 편견을 깨고 기가 막히게 성공한 그룹이다. 이들이 시도한 걸크러쉬, 힙합, 레게 컨셉은 후배들의 귀감이 됐고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한 그룹 색깔 또한 이후 아이돌 시장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하나의 형태라는 그룹이 아닌, 각각의 개성이 모여 만들어진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2NE1의 'Fire'에는 기존 걸그룹들이 부르던 '사랑 가사'도 '여성적인 매력을 강조한 안무'도 없다. 힙합 베이스 위에 신나게 뛰어노는 4명의 멤버가 있고 이들은 계속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리고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 라는 당찬 선언이었다. 'Fire'는 단조로워지고 같은 컨셉만 반복하고 있던 KPOP 시장에 새로운 정체성이 되었고, '걸그룹'이라는 역할이 가지는 한계를 통쾌하게 부신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9. 카라 - 미스터

KPOP과 일본 음악 시장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지금이야 전 세계에서 KPOP을 듣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KPOP을 가장 많이 듣고 구매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10배나 되는 음악 시장을 갖추고 있었기에, SM의 보아부터 꾸준히 문을 두들겨온 시장이었다. 하지만 JPOP의 느낌에 맞춰 발매한 곡들이었을 뿐, KPOP 스타일의 노래가 흥행한 적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던 언어와 문화의 벽이 있었지만, 카라는 보기 좋게 이 벽을 허물어버린다.

카라의 '미스터'는 펑키한 리듬을 베이스로 엉덩이춤이라는 포인트 안무가 더해져 대히트를 친 곡이었다. 한국에서도 흥행을 했지만, 일본에서 어마어마하게 흥행을 거뒀다. 카라의 '미스터'는 굳이 JPOP식으로 곡을 만들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이는 무수히 많은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 진출을 하는 계기가 된다. 당시,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의 기로에 서있던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게 카라의 '미스터'는 새로운 희망이자 탈출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곡을 통해 많은 일본 청소년들이 KPOP을 접하기 시작했고 이때 시작된 관심이 수많은 KPOP 그룹 내 일본인 멤버들을 만들어주게 된다.


10. 브라운아이드걸스 - 'Abracadabra'

'Abracadabra'는 "KPOP에 한계 따위는 없다" 라는 걸 보여준 곡이다. 당시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들의 평균 나이와 곡의 가사, MV 내용, 음악 구성 등 모든 것이 기존에 히트한 KPOP 성공 공식 중 어느 하나와 겹치지 않았다. 섹시 컨셉이어도 제대로 된 섹시 컨셉이 아니었던 KPOP 시장에 '퇴폐섹시'라는 새로운 컨셉을 가져왔고 해석할 재미가 있는 MV의 첫 등장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안무와 가사의 유기성, 뮤직비디오의 상징성, EDM, 뭄바톤 장르의 성공적 시도 등 2000년대를 마무리하는 기념비적인 KPOP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KPOP은 1020세대나 듣는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음악 산업 종사자들도 KPOP의 퀄리티와 상징성에 대해 알게 모르게 폄하하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Abracadabra'는 음악성, 상징성, 세련됨, 가창력 어느 하나 쉽게 비판할 수 없는 퀄리티의 곡이었다. KPOP은 이 곡을 통해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딱지를 떼고 세련되고 도전적인 음악 장르라는 색깔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곡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던 프로듀서들이 KPOP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김이나 작사가, 이민수 프로듀서 등 히트 프로듀서와 작사가의 콜라보라는 점도 눈에 띄는 상징성이라고 할 수 있다.


+ 다음은 2010년대를 다뤄보려고 한다. 좋은 곡이 있다면 언제든 추천 부탁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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