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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Mar 07. 2021

'아이돌'과 '학교폭력'의아이러니

사랑을 받던 아이돌이, 고통을 주었다면?

학교폭력 관련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쌍둥이 배구선수가 쏟아 올린 작은 공이 아이돌 판에 엄청난 눈덩이로 굴러들어왔다. 활동 중단을 선언한 아이돌, 강경대응을 예고하는 아이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아이돌 등이 나오며, ‘학교폭력’ 이슈가 KPOP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되었다. 아마 모든 소속사들이 비상에 걸려 자사 아이돌의 과거 행적을 조사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분명 엄청난 잘못이지만, 왜 아이돌에겐 좀 더 철저한 검증과 호된 비판이 따라야 하는 걸까? 오늘은 최근 학교폭력 사건에 빗대어, 아이돌들이 ‘아이돌(Idol)’이라는 단어를 지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이돌(Idol)의 뜻은 굉장히 복잡하다. 영단어로는 ‘우상’, 즉 우상적인 존재라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아이돌은 ‘대중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 정도로 정의된다. 그리고 ‘1020세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인기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이돌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그들을 사랑하는 청소년에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미디어에 나오는 아이돌이 사랑을 노래하고 예쁜 말과 착한 행동을 표현하는 것도 이에 비롯된 이유다.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청소년에겐 애정이 가득 담긴 교과서이자 우상인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도덕보다, 내 최애가 말하는 착한 말과 선한 행동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들을 바꾼다. 기부, 연탄 봉사, 재능기부 등 많은 아이돌이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활용하려고 할 때,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에 동참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NCT와 BTS의 선한 영향력 행사

그렇기에 KPOP 아이돌에겐 ‘인성’이라는 특별한 자격조건이 생기게 되었다. 사생활이던 무대 아래에서의 모습이던, 무대 위에서의 모습만 중시하는 외국의 아티스트와는 다르다. KPOP 아이돌은 무대 아래에서도 밝고 예의바르고 성실해야 한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의 모습도 닮고 싶어야 하는 ‘아이돌’이기 때문에, ‘인성’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수많은 아이돌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은퇴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KPOP에서 ‘인성’은 어찌보면 아티스트의 ‘끼’만큼이나 중요시되어 왔다. 해외에서 KPOP이 흥행한 이유 중 하나도 아티스트의 올바른 인성과 태도가 해외 팬들과 그들 부모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나온다.(당장 빌보드 TOP100의 가사를 듣다 보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돌이 학교폭력을 했다? 데뷔 전이라고 해도 그건 엄청나게 큰 문제가 된다.


앞서 말했다시피 1020에게 미치는 아이돌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막강하다. 그런 아이돌이 폭력, 따돌림같은 나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파급력은 최소 선한 영향력의 2~3배 이상은 되리라 확신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아이돌의 폭력은 팬들의 아티스트 보호라는 명목 아래 2차 가해 및 폭력으로 전파될 수 있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직접적인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돌의 인격적인 이슈에는 더욱 철저한 검증이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결과를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팀과 팬들까지 함께 짊어지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하고, 과거에 했던 잘못이라도 진실임이 밝혀진다면 충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남들의 사랑을 받고 사는 아이돌이, 누군가를 죽도록 힘들게 했다면 그건 너무나 옳지 못한 행위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돌이 사랑과 평화, 화해와 공존을 노래한다면? 그만한 아이러니도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 같은 부정적인 이슈가 생길 시, 소속사와 아티스트, 팬들의 대처 또한 문제이다. 소속사는 제대로 팩트 체크하기 이전에, ‘강경 대응’, ‘법적 공방’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며 피해자들에게 서슴없이 2차 가해를 저지른다. 아티스트 또한 회사의 그늘 뒤에 숨어 진실을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가 알아서 해줄꺼야”라는 책임회피, 문제외면의 태도를 보인다. 진실은 아티스트만 아는 것이고 속죄해야 할 행동이 있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이다. 팬들은 최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저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몰랐던 행동, 치기 어렸던 시절이라고 표현하며 잘못을 덮으려고 한다. 그것마저 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을 찾아가 말도 안되는 2차 가해를 펼친다. 이처럼 ‘소속사 – 아티스트 – 팬’이 귀를 막고 자신들의 이야기만 한다면, 이거야말로 완전한 악의 고리이고 잘못된 굴레인 것이다.


작년부터 수많은 아이돌들의 인성 문제가 터졌다. 혹자는 “아이돌이 노래만 잘하고 춤만 잘 추면 됐지, 무슨 인성가지고 왈가왈부냐”라고 할 수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아티스트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돌’이다. 사랑과 꿈,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돌이고 ‘끼’만큼 ‘인성’을 중요시하는 KPOP 업계에서 100% 그들의 선택으로 아이돌이 된 것이다. 그런 아이돌이 과거에 학교폭력, 구타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는 이미 아이돌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 소속사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더 철저한 인성 검증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JYP는 인성 검증 시스템 다시 만드시길..

KPOP이 이렇게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은 단연코 ‘인성’이라 생각한다. 활동 10년 이상이 된 아이돌이 나오는 것도, ‘좋은 인성’이란 반석 위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쌓았기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학폭과 따돌림 사태를 일으킨 아이돌들을 보며,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요즘은 ‘끼’만 중요시한 나머지, 정작 ‘인성’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디 이번 이슈를 통해, 아이돌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춤과 노래만큼 인성 또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머리에 각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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