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채널을 넘나드는 기획자 이야기①

현장에서 배운 기획의 리얼 – BTL의 매력과 고됨

by 광고기획자K

기획의 중심에

'방향성 설정'이 있다는 믿음.


광고기획자라는 커리어를 처음 고민할 때부터
나는 이 일이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어떤 캠페인이든, 어떤 채널이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향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있다.
그리고 그 전체 흐름을 설계하고 중심을 잡아가는 사람이 ‘기획자’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일을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방향성과 컨셉을 먼저 설계하는 일’이
기획자로서 일관되게 가져가고 싶은 핵심 기준이었다.

그래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ATL이든, BTL이든, 디지털이든—
그 안에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와 전략적 의도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내가 기획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내 첫 커리어가 BTL이었던 건, 어쩌면 우연이었다.
광고회사 면접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엔 볼펜 같은 판촉물 위주로만 하게 될 수도 있어요. 괜찮으세요?”

사실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그 볼펜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면,
그리고 그 방향성을 설정할 때부터 내가 기여했다면, 문제없지!’

그렇게 나는 BTL에서 일을 시작했고,
결과물의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기획의 의도’를 더 중요하게 보는 시선은
이후 Digital, IMC, Global 캠페인으로 역할을 확장해 가며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되어주었다.


내 생각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흐름 안에서
그 중심을 고민하며 움직여온 경험이,
기획자로서 나의 길을 만들어왔다는 건 확실하다.




BTL, 기획의 시작이자 디테일의 전쟁터

광고기획자로서의 첫 시작은 BTL(Below The Line)이었다.
오프라인 현장을 기반으로 한 프로모션, 전시, 체험형 이벤트는
‘기획’을 구체적으로 눈앞에 펼쳐내는 일이라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 BTL 기획의 매력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소비자 반응
기획자의 의도가 곧바로 반영되는 순간이 있다.
소비자의 반응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체감하는 것.
모니터 너머가 아니라 진짜 피드백을 맞닥뜨리는 짜릿한 경험이다.


내가 만든 무대를 내가 즐기는 구조
퍼포먼스, 전시, 체험존 등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며, 나 역시 그 무대의 일부가 된다.
세팅된 공간 속에서 스텝이 아닌 관객처럼 숨 쉴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살아있는 디테일의 축적
가벽의 재질, 조립 가구, 현수막 인쇄, 동선 설계 등.
디테일을 다루는 감각이 쌓이며, 이후 어떤 채널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실무 감각이 된다.



❌ BTL 기획의 현실


현장을 뛰는 체력전
리허설, 설치, 운영… 하나부터 열까지 몸을 쓰는 일이 많다.
실내외 구분 없이 장소를 옮겨 다니며 직접 확인하고, 대응해야 한다.


주말 반납은 일상
대부분의 행사는 소비자가 쉬는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기획자 역시 자연스럽게 그 리듬에 맞춰야 한다.
준비과정부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일정은 체력 소모가 크다.


디테일로 인한 소진감
리플릿의 재단선, 촬영용 현수막의 위치, 볼펜 수량 체크까지.
마이크로 한 결정들이 전체 브랜드 경험에 영향을 주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때때로 “이런 걸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현타가 오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번 글은 시리즈 〈채널을 넘나드는 기획자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캠페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획자가 중심을 잡는 법,
‘속도’가 아닌 ‘맥락’을 설계하는 기획의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캠페인의 형식은 달라도, 기획의 의미는 계속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년 만의 재입사, 편안함과 성장의 경계에서 배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