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에서 디지털로 — 매력과 아쉬움 사이
많은 사람들이 광고기획자라고 하면, 화려한
TV 광고나 감각적인 영상 캠페인을 떠올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죠. 광고업계에 발을 들이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기획’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설렘뿐 아니라 ‘영상‘형태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첫 직장은 BTL 프로모션 기획자였습니다.
현장에서 실물을 만들고,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순간을 설계하는 일은 분명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내가 꿈꾸던 광고기획자는 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커리어가 특정 영역에 고착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결국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지인의 소개로
디지털 대행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디지털 대행사에서는 빠른 템포,
넓어진 업무 영역, 개방적인 아이디어 환경 등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와 아쉬움도 발견하게 되었죠.
이번 글에서는 제가 디지털 대행사에서 직접 경험한 매력 포인트와 페인 포인트를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직 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자극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했고,
이벤트 페이지나 프로모션 사이트 개발 과정에도
기획자로서 기여했습니다.
개발자, 퍼블리셔와 협업하며
실제 구현 과정을 배우는 건
BTL 시절엔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었죠.
또한 당시 디지털 업계의 ‘핫 트렌드’였던
바이럴 콘텐츠 기획에도 참여하면서,
‘BTL 기획자’로 한정될 것 같았던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재미있는 영상들이 제 포트폴리오를
풍성하게 채워주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 속도가 빠르고 주기가 짧아,
다양한 시도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체득할 수 있었죠.
웹사이트나 랜딩 페이지 기획처럼,
‘화면 위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직접 해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와의 협업을 통해
IT적 사고와 프로덕션 관점을 배우며
역량이 넓어졌습니다.
기발한 제안이 빠르게 시안으로 제작되고,
테스트까지 진행되는 환경이었습니다.
바이럴 콘텐츠, 오프라인 이벤트 아이디어 등
창의적인 시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ATL이나 IMC 부서에서 이미 마케팅 방향성과
메인 컨셉을 정하면, 디지털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브랜드의 큰 그림을 직접 설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회사 특성상 게임 광고주가 많아,
인게임 소스를 활용한 제작물이 주를 이뤘습니다.
새로운 창작보다는 기존 리소스 변형이 많아
‘0에서 1을 만드는 기획’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디지털 광고 시장은 클릭률·전환율 등
단기 성과 지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브랜딩 업무보다는, 후킹 메시지와 배너 크리에이티브로
클릭을 유도하는 작업이 많았습니다.
이는 깊이 있는 브랜딩 기획을 원하는
제게는 갈증이었습니다.
이렇게 BTL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며,
저는 기획자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진짜 내가 원하는 기획의 형태’에 대해서도 조금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죠.
다음 편에서는, 외국계 회사에서 IMC 기획을
담당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경험은 제 커리어의 또 다른 전환점이자,
광고기획자로서 시야를 한층
더 넓혀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