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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넘나드는 기획자 이야기⑤

브랜드마다, 그리고 캠페인마다 다른 리듬

by 광고기획자K

글로벌 캠페인을 마친 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력 변동, 조직 개편 등으로

국내 시장의 캠페인을 맡게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서 기획자로써

다양한 채널을 전방위적으로 경험하는 여정을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부서 이동 정도로만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기획자로서의 내 결을 만들어 준 중요한 경험이었다.


브랜드의 리듬은 모두 다르다

담당한 국내 캠페인에서 기억에 남는 건 2개의 브랜드였나.

하나는 숙취해소음료 브랜드, 다른 하나는 가전제품 브랜드였는데,

맡았던 두 브랜드는 결이 확연히 달랐다.


숙취해소음료 브랜드는 젊고 가벼운 톤을 요구했다.

‘숙취 해소’라는 일상의 구체적 상황 속에서 직설적으로 꽂히는 메시지가 중요했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캠페인의 핵심이었다.


반대로 가전제품 브랜드는 전혀 달랐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생활 속 편리함을 설득해야 했다. 묵직하지만 생활과 멀어지지 않은 언어가 필요했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브랜드가 달라지면 기획자가 써야 하는 언어,

메시지의 결, 캠페인의 리듬이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결국 기획자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신해 세상에 전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캠페인의 리듬, 글로벌과 국내

글로벌 캠페인은 보통 1년 이상을 바라보고 준비된다.
핵심 아이디어 하나를 정해 기획하고

여러 국가에서 집행하기 때문에 기획에 대해서 충분히 숙고할 시간은 있지만,

기획단계의 인사이트 도출과 아이데이션 과정은 연에 1회 정도에 그치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기획의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할 기회는 비교적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반대로 국내 캠페인은 몇 달 만에 준비해 1~2개월 집행하고,

곧바로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바로 반영해야 하고,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캠페인의 무게중심도 달라진다.
이 과정은 숨 가쁘지만, 동시에 시장의 공기와 온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다이내믹한 경험이었다.



기획자가 배운 언어들

돌아보면 내 기획자의 여정은 다섯 가지 큰 흐름으로 흘러왔다.


BTL 프로모션 기획 :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기획의 리얼리티


디지털 캠페인 기획 :

빠른 트렌드와 플랫폼의 언어를 익히는 과정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IMC 캠페인 :

국내 시장 안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풀어내는 도전


글로벌 브랜드의 글로벌 캠페인 기획 :

국가를 넘어서는 보편성과 차이를 동시에 다루는 시야


국내 브랜드의 국내 캠페인 기획 :

가장 밀착된 생활 속에서 브랜드를 움직이는 경험



이 다양한 경험들을 거치며 배운 건, 결국 기획이라는 일은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메워 나가느냐의 과정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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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마치며

기획자의 일을 돌이켜보면, 늘 본질은 같았다.
브랜드와 사람 사이에 놓인 간격을 메우는 일.


때로는 프로모션 현장에서, 때로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때로는 글로벌 브랜드의 무거운 메시지 속에서 그 간격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 왔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에 걸쳐 다양한 캠페인을 준비하며 배운 건,

기획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맥락에 따라 더 설득력 있는 길이 있을 뿐이다.

그 길을 찾기 위해 데이터와 트렌드를 들여다보기도 했고,

때로는 현장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만 했다.

돌아보면 이 모든 경험들이 내게 값진 자산이 되어 있었다.

BTL의 거친 현장에서 배운 리얼리티,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익힌 속도감,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 시장 안에 풀어내는 균형 감각,

국가를 넘어서는 캠페인에서 본 큰 그림,

그리고 국내 브랜드와 함께한 생활 밀착형 경험까지.


이 다섯 가지 경험의 층위가 쌓이며 나는 비로소

‘기획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답을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기획의 세계는 더 넓고,

내가 모르는 영역은 끝없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연처럼 다가온 기회 하나하나가

결국 나를 성장시켜 왔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성찰은 앞으로도

내 길을 비춰줄 자산이 될 것이다.

〈채널을 넘나드는 기획자 이야기〉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하지만 기획자로서의 고민과 배움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고,

새로운 캠페인과 새로운 채널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 여정을 함께 읽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시리즈가 누군가의 길 위에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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