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플 때, 가장 나다워진다

2부 마음을 지켜내는 말의 힘 | EP.12

by 마리엘 로즈


“지금의 연약함은

단단함을 준비하는 시간이야.”


사람들은 말한다.


가장 힘들고 아플 때
사람이 가장 잘 흔들린다고.



그런데 말이지,
정말 아픈 순간엔
오히려 고요해진다.

울고 싶은데 눈물도 안 나오고
누구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입을 열 힘조차 없다.

무너지는 것도
버티는 것도 아닌 채
그저 그 자리에 남게 된다.



예전엔 여유로울 때가
사람이 가장 강한 때인 줄 알았다.

몸도 마음도 가벼운 날이면
무슨 일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날일수록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진다.



이렇게 해야 할까.
저 말이 혹시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시선은 바깥으로 향하고
남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정작 내 마음은 멀어진다.



반대로
정말 아플 땐 다르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향한다.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워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제야 보인다.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지.
무엇은 흘려보내도 괜찮은지.
무엇을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


고통은 조용히 말해준다.


“이제 너를 들여다볼 때야.”



식물도 뿌리를 내릴 때
먼저 여리고 부드러워진다.


단단해지기 전에
먼저 연약해야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사람도 그렇다.
마음이 부드러워져야
어딘가에 닿는다.

연약함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건 뿌리를 내리기 위한 과정,
흔들림의 끝에서 단단해지기 위한
조용한 준비다.

그 단단함은
벼린 칼이 아니라,
수천 번 울린 종(鐘)이다.


흔들리고 금이 가고
그 모든 시간이
울림이 된다.


단단한 사람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수없이 흔들리고 아파본 사람.
그 시간들이 울림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지금,
조금 연약해도 괜찮다.


흔들려도, 아파도 괜찮다.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으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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