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욕망의 최전선 / 대치동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하며 학생이 없는 학교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학교는 쉬어도 쉬지 않는 곳이 있다.
그렇게 오늘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이자, 전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의 『대치동』 이다.
강남은 장화없이 살 수는 없는 습지대로 논밭에 불과했다. 그러다 정부는 1970년대 거대한 도시 계획과 부동산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강북 도심 일대의 거주자들을 강남과 목동 일대로 옮겨야 했는데 사람들은 좀처럼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으려 했고 확실한 미끼가 필요했다. 예나 지금이나 시민들의 주거지를 선택하는 불변의 기준은 직장과 학교의 거리였고 무엇보다 자녀를 좋은 학교로 보내려 하는 학부모들의 열망은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서울의 도시 계획과 주거 이전을 이루기 위해서 학교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강북과 종로의 명문학교들은 정부의 방침으로 어쩔 수 없이 강남으로 대거 이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강남 8학군이 형성된다.
그리고 고위 공무원, 변호사, 의사, 기업 임원 등 소위 신흥 소득층이 명문 학교를 따라 강남으로 이사하면서 강남 거주는 계급 상승과 신분 세습의 필수 조건이 되고 후세의 계급 상승을 위해 돈 없어도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
그렇게 명문 고등학교가 대거 밀집되어 있는 강남에 사교육 시장 형성은 당연했고 논술 강의를 중심으로 대치동은 사교육의 메카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입시 제도의 변화는 늘 대치동을 요동치게 만들었는데 1979년은 예비고사- 본고사 체제에서 학력고사로 대전환되는 시기였고, 1991년은 수능의 원형인 대학교육적성시험의 실험평가 문제가 공개된 해였다. 1997학년도에 논술전형이 전면 실시된 이후 2008년 정시 논술이 폐지될 때까지 대치동에서는 논술학원이 호황을 이뤘고 2008학년도 입학사정관제 도입과 2015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의 전환 이후에는 입시 컨설팅 붐이 일어 컨설팅 학원 전성시대를 맞았다.
대치동은 빠르게 변하는 입시제도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처하며 전국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저자는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입시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한복판에서 강사와 학원 원장으로 지내며 명문대 학벌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과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불평등이 상식이 되고 경쟁이 당위가 되어버린 사회 현상에 깊은 고뇌를 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대치동 학원가에 관한 인류학적 탐사기를 써내며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 말한다.
나는 수능세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입시 제도가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대학전형이 3,000개나 된다니.... 너무 놀라워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는데 그중에 나에게 맞는 유형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지인이 아이 대입 원서 컨설팅 1회 비용으로 오백만 원을 썼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나 보다 ㅜ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오로지 소위 '인서울' 대학을 가기 위해 기계처럼 학원가를 돌고 있다. 하지만 서울 내 대학에 갈 수 있는 수험생은 상위 누적 백분위 11% 까지이고 그 엄청난 경쟁률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OECD 국가 중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률 1위라는 충격적인 순위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아이를 사랑하니깐 부모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명문대학교에 보내야 했고, 좋은 기업에 취직시켜야 했고, 좋은 집안과 결혼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런 부모의 사랑이 클수록 아이는 부모가 실망할까 전전긍긍했고 기대에 못 미칠 때 자신이 부끄러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학벌이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하는 사회에 태어난 아이들.
학벌은 사회적 신분이자 지위였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공정한 출발선'이었다.
대치동에 사는 지인의 초등학교 5학년 딸이 학원 돌다 오면 밤 12시가 넘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밤 7시가 되면 오니 난 덜 미안한 엄마가 되는 걸까?!
이 책을 읽고 먹먹한 마음에 남 몰래 눈물 지으며 많은 감정에 괴로웠다.
그런데도 이 추운 날 핫 팩 하나 아이 손에 쥐여주고 학원 잘 다녀오라고 등 떠미는 나는 참 못난 엄마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우리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에게 외쳤던 그 시절 나는 그 어른이 되어있다.
아이를 키우며 정신과 몸이 분리되어 있는 듯 늘 카오스 상태에 놓여있고 매번 그 혼돈 속에 갈 길을 잃은 듯 뱅뱅 도는 느낌이다.
오로지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아이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주고 좀 더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주는 거.
하지만 그 속에서 난 또 갈등하고 설득하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잘하지 못한 자식을 진심으로 끌어안는 일에 더 많이 노력하고 고민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900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_서태지와 이이들 <교실 이데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