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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Mar 31. 2023

카페는 젊은 사람 오는 곳, 비켜주세요

세상에 이런 일도

커피가 좋아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얻었지만, 여전히 혼자 카페에 들어서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설령 한자리 꿰차고 앉아도 가방에서 노트북과 책을 당당히 꺼내놓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카페 사장과 같이 출퇴근한다는 카공족 때문에 한숨만 늘어난다는 카페 자영업자들의 기사를 접할 때면 더욱 마음에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다. 테이블당 1시간 50분 정도의 회전율이 나와야 그나마 카페가 유지된다고 하니 어쩔 때는 알람을 맞춰놓고 작업하거나 다른 종류의 음료를 한 잔 더 주문하기도 한다. 난 눈치 많이 보는 손님이니깐 ㅎㅎㅎ


그런데 오늘 황당한 기사 하나를 접했다. 한 카페에 20대 여성 둘이 들어와 카페에 혼자 앉아있던 60대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만석으로 앉을자리가 없던 카페를 둘러보던 20대 여성들은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있던 60대 여성에게 다가가 '카페는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인데, 지금 자리가 다 찼으니 일어나 주면 안 되냐'라고 했다는 거. 그리고 자신들이 급히 작업할 것들이 있으니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그 말에 당황한 60대 여성은 서둘러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손님들이 20대 여성들에게 항의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고 한다.


https://youtu.be/xfaIa6dIUnw



카페에 나이 제한이 있었던가, 나도 언젠가는 50대, 60대가 될 텐데 안 그래도 눈치 많이 보는 나는 그 좋아하는 커피 마시러 카페도 가지 못하겠구나 싶어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카페는 젊은 사람들만 간다는 인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커피 애호가였던 고종의 신임을 얻었던 독일계 손탁여사는 호텔을 세우고 '정동구락부'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만들었다. 카페는 유럽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르주아들의 만남의 장소였다가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이 즐겨마시는 각성음료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연령과 상관없이 카페를 드나들 수 있지만, 라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카페라는 곳을 가게 됐고, 그제야 나도 어른이 된 기분에 무척 설레기도 했었다. 한때 다방, 살롱, 음악카페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지금의 라디오 음악 방송처럼 DJ까지 있어 손님들이 신청한 사연과 음악을 틀어주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다양하고 독특한 테마 카페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카페는 음악과 커피로 기분전환을 하는 공간이며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마음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 여기에 나이 제한이란 없다. 기사 댓글에서 어느 날 엄마가 '이런데 나도 친구들이랑 가도 될까?' 조심스레 내민 스마트폰 사진을 보고 너무 속상했다고 한다. 요즘 가장 핫한 카페, 평소 아기자기하고 예쁜 걸 좋아하는 엄마가 너무나도 가고 싶은 곳이지만 행여 나이 많다고 민폐가 될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댓글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 커피맛도 잘 모르는 나이 많이 사람들이 오는 건 분위기도 흐리고 싫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들은 언제까지 젊을 건지... 젊음이 아주 큰 벼슬인 양 구는 글들을 보니 어제저녁에 먹은 닭볶음탕이 다 올라올 지경인데, 서울대 학생증을 내밀며 조용하게 공부하게 자리 좀 양보해 달라고 했다는 또 다른 글을 보며 마시던 물을 뱉고 말았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과 의식을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정도로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카페에 나이 많이 사람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의 공감수에 허탈 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넘보는 시대, 사람에 대한 배려와 태도는 인간만의 고유의 능력이지 않을까. 인공지능보다 못한 인간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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