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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bricolage Jun 12. 2022

바다에 잠긴 도시, 2057년의 서울.

소설 『다이브』가제본 서평

*본 서평은 <창비 소설Y 클럽 4기> 활동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다이브』를 읽으면서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mvXSr6zE4J1RNAuFp6kapyCO8moUBuQ70


위 앨범에서 피아노 세션 곡들 위주로 들었는데요. 『다이브』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과몰입하기(ㅋ) 좋았습니다.


저는 저 중에서도


https://youtu.be/0DIFBuHL0Vg


요 곡을 추천합니다. 미스터리한 바닷속을 탐험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거등요...


https://youtu.be/qp4uAN2NAjs


더불어 이 곡도 추천해요. ‘선율’과 ‘수호’가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이 연상되거등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하고요.




바다에 잠긴 도시, 2057년의 서울.

서울이 이렇게 된 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여전히 ‘아직 오지 않은 과거’가 바다 깊숙한 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


바다에서 물건을 건져 올리는 ‘물꾼’으로 자란 아이들이 저들의 세력을 지키기 위해 내기를 건다.

내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편보다 더 매력적인 무언가를 확보해야만 하는데….


아이콘트롤스의 최첨단 시냅스 스캐닝 기술은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평생 플랜 구독을 통해 당신의 아이를 다시 한 번 품에 안으세요


물꾼 ‘선율’이 비밀스러운 기계 인간을 발견한다.


기계 인간의 이름은 ‘수호’. 수호의 마지막 기억은 2038년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2057년. 세상이 바뀐 15년의 시간을 제외하면 2042년.


“내기에 나갈게. 그러니까 너도, 내 4년을 찾아 줘.”


그렇다면 기억이 멈춘 2038년과 2042년 사이의 4년은 수호에게 어떤 과거였을까.

반면, 수호를 보고 묘한 반응을 보이는 ‘서문 경’ 삼촌.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잠수하기 위해서

 우리는 물에 비친 우리와 마주해야 한다.


“그냥, 그런 세상이 있었던 거야. 없어진 것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눈앞에 불러낼 수 있었던 세상이. 그게 너무 당연해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할 필요가 없던 세상이.”


 우리는 살면서 몇 개의 기억을 버리게 될까요?

 버리고, 버려진 기억들은 어디로 갈까요?


 버리거나 간직하거나, 둘 사이에서는 의도가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나 자신을 해할 우려가 있는가, 이 기억을 안고 사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를 따지게 된다는 거죠. 우리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판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간직한 기억들은 나를 해하지 않고 언제나 안전하며 소중한 의미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것 또한 무조건 맞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억들은 의도와 무관하게 버려지고는 합니다.


 무엇이 살아있는 기억이고 죽어있는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땅 위에서 숨 쉬는 것이 살아있는 기억이고, 바다 속에 잠든 것이 죽은 기억인 걸까요.

 간직하면 살고, 버리면 죽게 될까요.


 소설 『다이브』에서는 우리가 존재하므로 기억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왜 내가 존재하는 것인지 의미를 반추하기 위한 도구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선택으로, 때로는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다른 얼굴로.


 기억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과거, 잊으려고 노력한 시간들은 아직도 마음 어딘가에 살아있을 겁니다. 다만, 이제는 우리가 강해졌을 뿐이죠. 느닷없이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끄떡이지 않을 만큼 몰라보게 단단해졌기 때문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더 이상 우리를 흔들 수는 없으니까요.


 깊은 바다를 가진 자만이 더 넓은 세상에 가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마음을 ‘바다’라고 부르나 봅니다.


 과거를 품고 세상을 헤엄치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말을 걸어주고 들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일로 뛰어드는 오늘의 걸음이 덜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소설 『다이브』는요, 디스토피아를 통해 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되어 극에 달하는 전개를 원하신다면 『다이브』가 조금은 평이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 곳곳에 굉장히 서늘한 묘사와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이 점에 주목해서 읽으신다면 더욱 재밌을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인물들이 꽤 많은 편인데 각각의 에피소드가 좀 더 등장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특히 ‘지오’의 경우 인물 간의 호흡을 연결해주는 역할로서 필요한 인물이라 생각하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다이브』에서 언급된 스토리 이외에도 ‘우찬’과 ‘유안’, 그리고 ‘서문 경’의 관계성에 대하여 내밀하게 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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