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한 온도 탓에 겨울이 썩어버릴지도 몰라요.
성급하게 꽃이 피고, 돌아서면 얼어붙는 희한한 계절이에요.
간밤에 눈이 왔거든요. 기척도 없어서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아침이 돼서야 안 거 있죠. 폭우는 좀 수다스럽잖아요. 잠결에도 들릴 만큼 집요한 구석이 있는데.
근데
폭설은 좀 과묵해요. 그래서 밤새 숨죽여 울었나 봐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하얀 이불 밑에 숨어서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을 만큼 울고 싶었으면서, 어떻게 계절이 바뀔 동안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어?”
묻고 싶었는데 어쩐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어요. 폭설은 어느 곳에서나 늘 환영받지는 못하니까요.
저걸 언제 다 치워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기도 하고 간혹 소름 끼칠 만큼 사나울 때도 있어서, 겨울을 지내는 이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폭설을 반기고 누군가는 싫어하죠.
만약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서 펑펑 울었다면
폭설은 또 어떤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기왕이면 폭설을 절경이라 부르는 곳에서 머물고 싶어요. 실컷 울어도 누구 한 명 화나지 않는 곳에서요. 흰 눈이 펑펑 내려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는 곳에서요. 아름다움도 눈물의 이유가 됐던 그때처럼요. 행복에 겨워 정신을 가누지 못할 만큼 세상을 헤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폭설처럼 울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