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텐

부자 되세요

by RUMBERJACK JASON

이사를 오고 제일 먼저 커텐을 샀다.

나만의 공간이 간절했던 나는 가장 먼저 커텐으로 세상과의 벽을 만들었다.

방에 1쌍의폭, 거실에 1쌍의폭을 놓았는데 달아 놓고보니 바닥에 질질 끌릴정도로 길었다.

가로 세로 길이를 정확하게 재서 주문하는데도, 이사할때마다 이놈의 커텐은 제대로 사는 법이 없다.

집근처의 수선집이 없어서 어제 본가 근처의 수선집에 들러 커텐을 맡겼다가 오늘 오전에 찾아왔다.

수선집 사장님께서 물으셨다.

“이사 왔어요?”

“아뇨. 본가에 살다가 분가해서 나갔어요.”

“아, 그래요? 부자 되세요!”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오랜만에 듣는 따듯한 소리에 생각이 많아졌다.




어릴적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컸는데도 부자가 되고 싶었다.

돈은 좋은것이라고 생각했다.

20대 30대를 지나면서 부자가 되는것은 어렵다는것을 알았다.

새삼 부모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 이후로는 평범하게 사는것이 꿈이 되었달까?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것도 쉽지 않았다.

직장생활하면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것까지.. 30대를 훌쩍 넘긴 내가 하고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마다 당장 갖고 있는것에 만족하고 “이정도면 됐지 뭐.”라며 자위했다.

당장에 손에 쥘수 없는것들을 원하다 보니 삶이 불행해 지는것 같았다.

그것들은 쫓으면 쫓을수록 멀어져만 갔다.

그것들을 쫓는 일들만 하다보니 금방 그만두기 일쑤였다.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다.

무엇을 하든 부자가 되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는 점점 지쳐갔다.

이 나이쯤 되어서 주변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면 나는 너무도 보잘것 없었다.

친구 만나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나의 요즘에 사장님의 “부자 되세요.”라는 이야기는 가슴속에 아직 식지 않은 어떤것을 건들였다.

집에 돌아와 커텐을 다시 달고, 1폭씩 걷어 벽쪽에 묶어 놓았다.

의도적으로 세상과의 벽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자가 되진 못해도, 평범하게 살진 못해도 고립된 삶을 살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이 커텐을 걷는 아침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