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를 바꾸고 황금 설날 연휴를 맞아 무려 10박 11일 앙코르 와트 여행을 떠났다.
평소라면 추운 겨울에 따뜻한 동남아의 여행은 절대 꿈꿀 수 없었을 것이다.
작년 가을에 회계팀에서 다른 팀으로 부서이동을 하여 가능하였다. 회계팀이라는 부서의 특성상, 매년 1월은 전년도 회계 결산으로 인해 1년 중 제일 바쁜 달이다. 회계팀의 불문율 중 하나가 이 시기에는 결혼도, 휴가도, 퇴사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업무도 힘들지만 매번 추운 겨울마다 지병인 천식과 축농증이 심해져서 나에게는 항상 죽음의 달이였다.
출국 전부터 나의 행복은 최고치였다. 앙코르 와트에서 유적지를 보고 맛사지와 네일아트, 마지막 몇일은 근사한 섬의 리조트에서 지내다 오는 계획은 완벽했다. 때마침 올해 12월에 만료되는 항공 마일리지도 있었다. 마일리지로 설날 연휴 100만원이 넘었던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모든 만물이 나의 여행을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앙코르 와트 관련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면서 과거 왕국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드디어 떠나는 날이다. 공항 가서 비행기를 타는 루틴은 항상 비슷하다. 집 근처에서 리무진 버스를 탄다. 자상하신 아버지는 항상 집에서 버스타는 곳까지 캐리어를 끌어 주신다. (고마우면서도 같이 여행을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든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면 출국장 바로 앞에 내려줘서 편하다. 비행기 체크인을 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통과했다.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을 찾는 곳이다. 이후 라운지에 줄을 섰다. 여행 가기 전달에 카드의 실적을 채워서 받은 무료 입장권으로 라운지를 즐기는 것은 소소한 행복이다. 저가항공을 탈 때는 라운지에서 배불리 먹고 몰래 생수를 가지고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대한 항공이라 물과 음식을 편히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 정신이 없었다. 호텔에 가기 위해 이동수단인 툭툭이를 타야 하는데 많은 기사분들이 호객을 했다. 더 정신이 없었다. 예전에는 금액 흥정하느라 힘들었는데 요새는 그랩, 우버가 있어서 흥정하기 참 편해졌다. 우버나 그랩을 사용 안 해도 거기서 나온 금액을 보여주면 그 시세대로 해주는 기사분들도 많다. 세상 살기 참 좋아졌다.
호텔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짐을 맡기고 산책을 갔다. 강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어서와, 환영해’ 라며 반겨 주는 것 같았다. 아침 산책을 하고 호텔 프론트로 돌아왔다. 운이 좋으면 이른 체크인을 할 수 있는데 만실이라며 수영장 선베드에서 쉬라고 비치타월을 받았다. 아뿔사.. 동남아도 겨울은 추웠다. 어쩐지 물 좋아하는 서양인들이 수영 안 하고 선베드에 누워만 있던 이유가 있었다. 아침이라 물이 차가운가 했는데, 하루종일 물은 차가웠다. 수영장 좋은 호텔을 골라 왔는데 허무했다. 비치 타월을 이불 삼아, 선베드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오늘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쉬워 오후에 톤레샵 호수 투어를 신청했다.
내가 예상했던 투어는 유명한 톤레샵 호수에 도착해서 보트를 타고 우아하게 수상가옥을 둘러보고 일몰을 보는 유유자적한 여행이였다. 우아하게 옷을 입고 투어 버스에 올랐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니, 지옥의 길이 펼쳐 졌다.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투어 가이드가 호수 이야기는 안 해주고 길이 안 좋다는 이야기만 해서 아쉬웠는데 그 이유를 몸소 체감 할 수 있었다. 범버카 같은 버스를 타고 엉덩이 마사지를 받으며 한참을 달렸다. 그런 와중에도 툭툭이 (사방이 오픈된, 바퀴가 3개인 작은 차) 를 탄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드디어 호수에 도착해서 아담한 보트를 탔다. 재빨리 올라타 2층 맨 앞 의자에 앉았다. 시커먼 진흙탕 물보라를 일으키며 보트가 출발하였다. 비가 많이 오면 수상 가옥을 보기 좋을 텐데 우기가 지나서 인지 수상가옥을 지탱하는 긴 기둥이 많이 보였다. 여기서 살면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강가에서 즐겁게 뛰어 노는 아이들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니 쓸데 없는 기우였다. 꽃으로 예쁘게 꾸민 집도 있고 주인의 취향에 따라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특정 포인트에 내려서 아주 작은 나룻배로 옮겨 타고 일몰 포인트를 돌았다. 잠시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해가 지면서 강가가 점점 붉게 물들었다. 해가 지는 일몰도 좋지만 깜깜해 지기전 붉게 물든 하늘이 내 마음까지 물들였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 앙코르와트 투어를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