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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Space Dec 31. 2021

일기장으로부터 온 편지

Good bye 2021

자네와 함께 지낸 지 어언 일 년이 지났.

일 년 전 이 종이에 첫 글씨를 끄적일 때 자네의 표정이 눈에 선하.


추운 겨울이었지, 추운 날씨만큼이나 자네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네.

하지만 그것은 좋은 긴장이었어. 누구나 처음에는 바짝 긴장하기 마련이지.

자네 눈빛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것과 다를 것 없었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했지.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그대의 세상은 충분히 자유롭고 아름다웠노라고 적혀 군.


그리고는 곧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을 맞이했네.

자네의 얼굴도 자연의 흐름 따라 함께 화해지는 것 같았네.

긴장감이 풀린 자네의 표정에서 자유로움과 기대감을 보았다네.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맛보기 시작했지.

자네의 하루는 그야말로 성실의 연속이었네.


무더운 여름날에는 오히려 더 뜨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네.

이따금 시련을 마주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그것이 주는 고통으로 강해진 것 같네.

그날 이후로 글도 열심히 쓰지 않았는가?

그러나 불을 키우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불길이 자네에게 옮겨 붙은 것이 아닐까?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네만, 자네의 얼굴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

가을날 자네의 펜은 이따금 넋두리를 한 사발씩 놓고 가곤 했지.

또한 많이 지쳐 보였어. 그때는 정말로 바쁘고 힘들어 괴로워하지 않았던가?

육체와 정신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날이 없었지.

오히려 스트레스만 늘어갔어. 이것은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마침내 겨울이 다시 찾아왔네. 자네는 일 년을 무르익었고 동시에 내 몸도 예전에 비해 쭈글거리고 무거워졌다네. 이제 자네 이별할 때가 된 거야.

자네는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데, 카메라와 나는 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네.

카메라가 보는 것은 자네가 보는 것과 완전히 같을 수 없겠지.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은 분명 무언가를 남기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라네. 나는 자네의 표정을 그리고 자네조차 잊고 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네. 그것들이 모여 자네의 역사가 되었!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의 시간은 흘렀다네. 내게 더 이상 채울 공간이 없지 않은가?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 페이지에, 다른 일기장에 쓰도록 하게. 자네의 소소한 하루의 이야기를 말이야.

자네가 언제 다시 나를 찾아올까? 누구를 위해 자네는 그렇게 열심히 글을 적었는가? 아마 자네도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할 것이네. 그러나 지금처럼 열심히 쓰도록 하게. 모든 인간이 삶의 끝자락으로 밀려나는 건 똑같은데, 채워지는 무엇이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나의 벗이여, 다시 겨울이 왔네. 2022년의 태양이 곧 떠오를 거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네. 지만 너무 안일해지지는 말게나. 잔뜩 긴장하도록 하게. 다음 일기장도 풍부하게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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