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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pace
Dec 10. 2021
성찰
내 머리가 손에 쥔 펜을 움직이지 못할 때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이 옳은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의 머릿속은 마치 뻥 뚫린 고속도로와 같아서 생각의 내용이 펜을 타고 내려와 그대로 글로 남는 재미를 경험했으나, 최근 한동안은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괴로웠다.
어떠한 특별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나의 감성이 어떠한 생각도 특별하게 여긴다고 느끼지를 못했으며, 그런 생각이 떠오를지언정 온갖 장애물에 부딪혀 손상되고 말았다.
글을 쓰지 않으면 그 장애물 사이의 틈이 결국 꽉 막혀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간간이 글쓰기를 시도했으나, 생각은 이미 손상될 대로 손상되어 마침내 나온 글은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고, 침묵을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끔 기어 나오는 욕구는 글을 쓰도록 나를 홀렸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밖으로 꺼내보기 위해 어떻게든 어려운 어휘들을 더해가며 문장을 꾸미고, 아무런 연관성 없이 허공을 헤매는 생각들의 연관성을 찾아 조합하기에 바쁜 나의 모습에 회의는 늘어갔다. 그렇게 해서 나온 글은 누군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관심을 얻기 위한, 즉 나의 생각 전달을 위함이 아니라, 단지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치장한 문장일 뿐이다.
남을 의식하는 것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의 동기 혹은 재미가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러한 것들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분간 글을 남에게 보이지 않고 메모장에 몰래 남겨놓아야 했다.
비록 그 고요하고 따분한 침묵의 기간은 한 달 남짓하는 짧은 시간이었으나, 나는 다시 내 글에 만족할 수 있었고, 글을 보이려는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