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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Mar 13. 2024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그놈의 루틴

언제부터인가 습관보다 많이 쓰는 말 바로 루틴, 여러분 습관과 루틴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반복적이라는 공통된 분모가 있긴 하지만, 차이는 바로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습관은 알람이 없어도 자동으로 오전 6시만 되면 눈이 떠지는 것을 말하고, 루틴은 어떤 걸 하기 위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에 맞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하죠. 글쓰기의 경우 아마도 습관보다 루틴이 더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러쿵 저러쿵하여 영감이 떠오르지 않고, 루틴이 아직 잡히지 않아서 글을 쓰지 못하겠다. ’ 소위 글을 좀 쓰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죠. 영화 <싱글라이더>에는, 새벽 5시에 지하철을 타보면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이 헛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그것과 연계해서 보면 루틴이 잡히지 않아서 그분이 오지 않아서 글쓰기를 못한다는 말은 이젠 더 이상 낯뜨거워서 못할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글을 써야겠다는 절실한 목표가 없어서일 것입니다. 사실 극소수의 전업작가들을 제외하고 글쓰기가 자동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힌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진짜 글쓰기를 하려면 무조건 자기 글을 일단 많이 써봐야 하는 건 기정 사실이고, 많이 쓰려면 매일 써야 하고요. 매일 쓰다 보면 자기만의 방식이 생기고 그게 스타일이 됩니다. 그리고 매일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루틴‘이겠죠.

아바타로의 <독서법이 잘못됐습니다>에서 루틴 만들기 세 가지 핵심이 나오는데요. 이걸 글쓰기에 적용해보면 좋을 걸로 판단합니다. 첫째 완벽을 추구하지 말자, 즉 정보 정리에 누락이 있어도 괜찮고, 글씨가 깔끔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이해가 부족해도 좋다 합니다. 둘째 목표를 작게 설정하기, 책의 구성은 이미 장별로 분할이 되어있으니 통째로 한 권을 아웃풋 하려고 하지 말고 장별로 자신의 페이스를 맞춰 시도하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의도적으로 끊어 읽기를 이야기하는데요. 꾸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해방되었다면, 도리어 먼저 선수를 쳐서 계속 읽고 있던 상태를 멈춰라 아는 내용이나 또다시 상기하고 실행에 옮기라고요.


둘째와 첫째의 순서를 바꿔 놓고 보면 가급적 실행가능할 수 있는 수준의 목적 안에서 완벽을 지향하지 않는 범위에 중간에 적당한 기간을 가지고 끊어 글을 많이 써 보는 게 바로 글쓰기 루틴이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본 뉴스 중 기억에 남는 양궁 금메달의 이유는 다름 아닌 장소와 환경을 똑같이 세팅해서 연습한 결과라고 했는데요. 실제와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습관처럼 연습을 한다면 실제 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겠죠? 고3 수험생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아침에 언어영역을 풀었고, 점심시간 이후에 모의고사도 그렇게 연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바짝 공부할 때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처럼 말이죠.


진짜 글을 써볼 요량이라면 작정을 하고 본인에게 어떤 루틴이 좋을지 글짓고자 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한번 제대로 덤벼볼지 생각해보세요.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 고명환씨가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그가 매일 가는 남산도서관의 주차장에 가면 주로 고급차들이 보인다며, 아마도 사업가들에게 도서관에서 책읽기는 마치 일하기 전에 일종의 의식처럼 생각된다고 했죠. 뭐 꼭 사업가만 책으로 마음의 구원을 바라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행위를 하게요? 범상인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오직 글을 위한 목적을 위한 나만의 루틴, 여러분의 것이 몹시도 궁금한 봄날의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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