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를 이용하는 것일지라도 아무렴 어쩔 텐가.
내 삶이 몹시도 불행하던 어느 날, 나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내 모든 것을 다 쏟아서 사랑하겠다.‘고.
그는 완벽하고 나는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다 내 잘못이라는 자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또 한 번 그 바보 같은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너는 대체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냐고.
계산기두들기지 않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고리타분한 사랑예찬론자일 생각은 없다. 그저, ‘이왕 나를 사랑하기로 한 김에 최선을 다해보는 게 어떠냐,’ 던 그와 함께, 완벽하지 않은 삶을 들키는 모험을 끝까지 완주하고 싶을 뿐이다.
그의 눈에 나의 미운 모습이 매일매일 여실히 그리고 온전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 여전히 나는 몹시 불편하다. 심지어 오늘 하루종일 내가 그의 귓가에 쏟아낸 말에도 덕지덕지 미운 후회가 매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손을 놓지 못하는 나의 아집이, 사랑이라고 믿고 싶다. 사랑에 최선을 다해본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그를 이용하는 나의 이기심이라 할지라도, 아무렴, 어쩔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