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 삶은 온통 여전하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는 ‘여전히’다.
왠지 ‘아직도’는 시간의 부사 같아서, 내가 늦은 거 같고, ‘변함없이‘는 형상의 부사 같아서, 모습이 그대로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내 기준), ‘여전히’는 공간의 부사 같아서 내가 어떤 공간에 갇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늦어도 되고, 여전히 같은 모습이어도 견딜 수 있는데, 어딘가에 갇혀있는 건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아주 작은 골방에 갇혀있다. 그래서 이 방을 나가기 위해 손이 터져라 문을 두들겼는데, 여전히 어리석고 나약하고 한심하게 머물러있다. 나는 내가 미울 때마다 그 단어를 찾게 된다.
하루의 대부분을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 생각하면서도 평생을 부대끼며 살아온 가족들의 마음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고, 유연하게 살아가길 수도 없이 다짐했으나 매번 미련하게 버티고 견디며, 시원하게 내지르지도, 씩씩하게 인내하지도 못한다.
사람이 매번 발전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가끔은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게 인생이라는 것도 다 아는데, 최선을 다해 뻗은 다리가 다다른 곳이 여전히 한자리라는 것이 나는 매번 아프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가 나를 상처 내는 삶이, 혼자가 되어야만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마는 삶이, 그래서 ‘여전히’라는 그 언저리의 말로 나를 감추는 삶이 나는 종종 비참하다.
이렇듯 도통 나아짐이란 없이 여전히 내 삶은 온통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