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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Aug 20. 2023

그냥 오늘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다 든 생각

젊음이란




제가 유별나게 예쁘고 잘생긴 건 아닌데, 어느 날은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지 싶고, 어느 날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컨디션에 따라 기복은 있으나) 매일 같은 얼굴인데 말이에요.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사랑스럽게 보느냐에 달린 거 같은데, 요즘은 자주 별로인 걸 보니 제가 저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출처: https://transportkuu.com/2006/11/07/백설공주-거울/


사실 ‘젊음’만으로도 아직은 예쁨 받을 수 있는 나이인데, 가끔은 더 젊은 것들이 부럽기도 하고, 더 나이 드는 게 무섭기도 합니다. 호기롭게 스스로의 값어치로 내지르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어른스러운 어림은 그냥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그럴 때면, 내 자존감은 젊음으로부터 나오던 것이었나, 그토록 짧고 유한한 것이었나, 서글퍼집니다. 그리고 이 서글픔이 매일매일 두터워질 것을 상상할 때마다 내일이 매일 겁이 납니다.


늘 주변 동생들, 언니들, 친구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려 보내던 응원을, 제가 제 자신에 해줄 만큼은 건강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응원에 영혼이 없던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맞아요. 저는 세상 사람들이 늘 얘기하는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의 정석이에요.


내년의 내가 오늘의 나를 얼마나 비웃을 지 압니다. 아니 십 년 뒤에 나는 오늘의 나를 심하게 꾸짖겠죠. 다 알아요. 근데 이 마음을 시원하게 내버리는 방법만 모르는 거 같아요.


그냥 오늘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다 든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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