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제 글들은 제 넉넉한 자부심이 됐고요.
브런치 작가를 시작한 지도 2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사실 말이 2년 6개월이지, 2017년에 쓴 글부터 업로드를 시작했으니, 글을 쓴 지 벌써 6년이 넘었더라고요. 하루에 몇 편씩 감정과 생각을 활자로 쏟아내던 때에도, 세상 골치 아픈 일들로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던 때에도, 저는 종종 이곳에 들러 제가 쓴 글을 복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잘 썼네, 이건 너무 감정적이네, 이건 좀 부끄럽네, 하며 심심한 자아성찰을 하곤 하는데, 요즘 저는 제 글에서 6년의 시간을 느낍니다.
6년 새 많이 컸더라고요. 저도, 글도.
컸다기보단 ‘익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네요. 어린 날의 투지로 한 자 한 자에 꾹꾹 눌러 담던 서툰 진심도 물론 너무 좋았지만, 최근에 쓴 힘없이 늘어진 글들도 좋더라고요. 충혈된 두 눈으로 세상을 노려보던 젊은 날의 열심도, 이제는 힘을 좀 풀고 세상만사를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된 오늘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느껴지는 6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쌓아 올린 수많은 글들도, 모두 저의 넉넉한 자부심이 되곤 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최선을 다한 자에게 후회가 없다고 하는 모양이에요. 그 우울과 고뇌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기록한 과거 위에 서서, 오늘을 잔잔한 기쁨으로 적어 내려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