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니 Oct 01. 2023

사랑하자. 오늘의 내가 어떤 모습이든

오늘은 INFJ, 내일은 ESTP




나는 MBTI를 좋아한다(?) 아니, MBTI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낯선 사람들과 스몰톡하기에 이만한 주제가 없다. 취향이나, 가벼운 생활 습관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파워 P거든요.’라던지, ‘I랑 E가 반반이에요.’라는 식의 별거 아닌 첨언이 대화의 장벽을 와르르 무너트려준다. 나 같은 낯가림쟁이들의 치트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실 MBTI는 태생적 기질보다는, 선택적 기질에 가깝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모습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선택한 가면에 가깝다는 뜻이다. 즉, 어쩌면 그 가면을 벗겨내면 전혀 정반대의 얼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여러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검사에서 나는 INFJ가 나온다. 나는 내향적이고 이상적이고 감정적이며 계획적인 사람이다. 그간 나는 이 알파벳 4자로 더 이상 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좋았다. 그러다 새삼, 만약 그 4글자가 나의 선택이라면, 과연 나에 대한 설명이 맞나? 싶은 의문에 다다른다. 그냥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게 아닐까. 그래야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요즘 나는 함께 하는 기쁨을 찾아가고 있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려고 하고, 많이 웃고, 이야기하며 지내고 있다. 사실 나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제발 혼자 있고 싶다고 소원하던 98% I성향이었다. 근데 내가 선택적 I라면, 정말 혼자 있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실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좀 아팠던 건 아닐까.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예상 못한 내가 존재할까. 근데 그게 아주 불안하기도 하면서 아주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http://www.mc-plu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08



사실 이 나이 먹고도 내가 나를 다 모른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물론 있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동거동락한 이 몸뚱이 하나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감히 누굴 이해할 수 있을까,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편견 없는 긍정회로 두 바퀴를 돌려보기로 했다. 이 나이 먹고도 아직도 예측 불가능한 나 자신이 재밌을 지도 모른다고. 미지의 영역은 늘 나에게 두려움을 주지만, 미지의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어느 날은 거침없이 사람들 곁을 파고들고, 어느 날은 이불속에 꼼짝없이 갇혀있을 것이다. 어느 날은 끝도 없이 뜨겁고, 어느 날은 한없이 차갑고, 어느 날은 차분하고, 어느 날은 명랑하게 살아갈 것이다. (오늘은 INFJ이지만, 내일은 ESTP로 크크크) 감정기복이라 그 누가 욕한 들 무슨 상관인가.


사랑하자. 오늘의 내가 어떤 모습이든.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6년째 글을 쓰는 중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