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협주 Nov 28. 2023

동네세탁소

Oct 16. 2023

친한 형에게 선물 받은 멋들어진 노랑이라이더재킷의 주머니 부분이 수선이 필요해 종종 가던 동네세탁소에 들렀다.

평소라면 아저씨한테 슝 맡기고 나왔겠지만 주머니가 못쓸 정도도 아니고 일단 옷자체가 수선하며 입기보단 한두철버티면충분하다는 생각(디자인과 색감에 몰빵 된 능력치)에 견적부터 여쭤봤다. "아 이 옷이 이쁜데 막 수선을 이곳저곳 하면서까지 입을 필욘 없어서요" 아저씨는 특유의 넉살로 그냥 해줄 테니 맡기고 가라고 하셨다. 아 그 특유의 아저씨말투를 글로 구현하고 싶은데 약간 수산물시장의 인심 좋은 수다맨(생각해 보니 어딘가 분위기도 좀 닮으셨다) 톤으로 말을 재밌게 하신다. 에이 그래도 받을 건 받으셔야죠 하며 말을 주고받다 꽈자나 하나 사 오는  정도로 퉁하기로 했다.


세탁소를 나오자마자 좀 후회를 했다. 그거 주머니수선하는 거 얼마온다고 수선을 맡길 거면 맡기고 아니면 안 갈 거지 가서 이삼천 원 차이 안에 있을 견적부터 여쭤보냐. 흥정하는것도 아니고. 내가 세탁소 아저씨여도 거기에 대답하긴 어려웠겠다. 애매한 돈대신 꽈자로 퉁치자는 아저씨의 말씀은 우매한 질문에 대응한 현자의 대답이었다.


며칠 뒤에 들러 옷을 받았다. 꽈자대신 편의점 교차가능 1+1 아메리카노를 사갔다. 하나는 헤이즐넛맛 하나는 오리지널맛. 달달한 거 좋아하시냐 씁쓸한 거 좋아하시냐 여쭤보니 우리 같은 아저씨들은 달달한 거가 좋지 말씀하신다. 역시!!


이전에도 몇 번 들렀지만 들르면 참 기분 좋은 세탁소다. 아저씨의 구수한 텐션이 재밌다. 관계 맺기에 무딘 나도 어느새 아저씨의 세탁소엔 정이 들었다. 곧 또 겨울이불을 빨러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러브 앤 인포메이션>  팜플렛용 배우노트 최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